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그의 목이 쉬는 이유 본문
나는 기본적으로 말이 많은 사람과는 거리를 두는 편이다.
무릇 대화란 서로의 생각을 적당한 비율로 주고받는 것인데, 어느 일방의 얘기만 계속해서
작동하게 되면 데시벨 높은 라디오를 장시간 틀어놓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인 중에 유난히 말이 많은 사람이 있었다.
여러 사람이 모여 회식을 하면 잠시도 쉬는 법이 없었다.
본인 테이블은 물론 옆자리나 그 옆자리까지 끼어들어 끊임없이 말을 이어갔다.
남이 말하는 도중에 함부로 치고 들어가는 일은 다반사였다.
가만히 있으면 조바심이 나는 모양이었다.
그가 있는 자리는 떠들썩하기만 했지 도무지 안정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자기 말이 모든 이에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욕심이 앞서니 목소리는 필요 이상으로 높았다.
술을 마신 다음날이면 그의 목은 어김없이 쉬어 있었다.
말이 많은 이들의 특징은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들을 줄 모른다는 것이다.
본인이 말할 틈새만 노리다 보니 남의 얘기에는 관심조차 없고,
아무리 오랜 시간을 함께한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귀는 닫혀 있고 언제나 말할 준비만 되어 있는 것이다.
'123 법칙'이란 것이 있다.
내가 한 마디를 하면, 상대방이 하는 두 마디를 들어주고, 나머지 세 번은 상대방의 얘기에 맞장구를 쳐주라는 뜻이다.
이것을 제대로 못하면 분위기는 경색되고, 그 관계는 지속성을 기약하기 어려워진다.
인간의 심리는 누구나 자기가 하는 말에 귀기울여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내가 한 말을 기억해 주는 이를 고마워하고, 그것은 곧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진다.
내 말을 많이 하기보다 상대방의 말을 하나라도 더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마주앉은 사람에 대한 존중의 표시이자, 서로 간 신뢰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나와 긴 세월 속 깊은 관계를 이어가는 이들의 공통점 또한
대화의 들 때와 날 때를 적절히 조절할 줄 아는 경청의 달인들이라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123 법칙'의 충실한 실천자이면서 남다른 배려심의 소유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