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버려야 할 유산 본문
<사례 1>
이른 아침 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싸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둘러보니 6~70대 정도로 보이는 두 남자 사이에 말싸움이 벌어진 모양이었다.
아마도 지나다가 부딪쳐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고 있는 듯했다.
이런 싸움은 원래 끝이 없는 법. 급기야 나이가 조금 위인 듯한 남자가 소리쳤다.
"너 도대체 몇 살이야?"
<사례 2>
자녀의 결혼식을 마친 A가 동료들과 술을 한잔 하고 있었다.
혼사 뒷얘기를 하던 A는 꼭 와야 될 사람들이 안 왔노라며 자리에 없는 이들의 실명을 거론했다.
함께 있던 동료들은 '그런 개인적인 얘기를 여기서 굳이 할 필요가 있느냐,
경조사에 가고 안 가고는 각자의 판단인데, 혼자만 알고 있으면 될 일 아니냐'며 핀잔을 주었다.
A는 일행 중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B에게 돌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당신 나보다 나이가 많아?"
우리 사회는 서열을 매우 중요시 여긴다.
초면에 만나면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이 '몇 년 생이냐'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위아래를 구분하고 나야 대화가 편하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반면, 영어권 국가에서는 20년 차이는 '친구'의 개념으로 여긴다.
선배라도 존칭을 쓰지 않고 편하게 이름을 부른다.
나라마다 고유의 문화가 있으니 어느 것이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우리 사회는 나이를 지나치게 앞세우려는 경향이 있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이들을 보면 함부로 가르치려 들거나
지배하려는 심리가 강하게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 1>, <사례 2>는 공통점이 있다.
본질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나이가 뜬금없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말문이 막히거나 궁지에 몰린 이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행태이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인간의 심리는 누구나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상대방의 인격을 먼저 존중해 주면, 굳이 강요하지 않아도 상대방은 나를 예우하게 되어 있다.
내 마음에서 우러나와 하게 되면 거부감이 없지만,
타인의 주장이 앞서게 되면 아무리 옳은 일도 반발심이 작동하게 마련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의 의식도 어느 정도는 그에 발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과연 나이가 먼저일지, 인격 수양이 먼저일지는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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