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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종이 신문

자유인。 2023. 2. 19. 23:21

 

내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우리 사회는 종이 신문의 전성시대였다.

거리 가판대를 비롯하여 기차역이며 버스 터미널에는 어김없이 종류별로 신문이 쌓여 있었고,

길을 오가는 이들의 손에는 예외 없이 한두 장의 신문이 필수품처럼 들려 있었다.

발 디딜 틈 없는 출퇴근길 지하철에는 그 복잡한 틈새를 비집고 '100원이요 ~'를

외치며 신문을 파는 푸른 제복의 청년들이 이 칸에서 저 칸으로 쉴 새 없이 오갔고,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승객들은 그것을 보며 무료함을 달랬다. 보급소마다 산더미처럼 신문이 쌓였지만,

잉크 냄새가 채 마르기도 전에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그랬던 종이 신문이 우리 생활에서 사라지고 있다.

디지털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 라인에도 정기적으로 신문을 구독하는 집은 두세 가구에 불과하다.

나 역시 몇십 년을 보던 종이 신문을 끊은 지 일 년이 되어 간다.

더 이상 볼 게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부터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이념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위태롭다는 생각을 넘어 섬뜩한 느낌마저 들 때가 있다.

과거에도 보수와 진보는 존재했었지만, 지금처럼 극렬하지는 않았다.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었고, 타협의 문화가 있었다.

손에 칼만 들지 않았을 뿐, 날마다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다.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내뱉는 언어는 금도를 넘어서고 있다.

시정잡배들도 쓰지 않는 상스러운 표현이 위정자들의 입을 통해 아무렇지도 않게 난무하고 있다.

정치를 떠나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양심과 인격마저 보이지 않는다.

신문도 그 일역을 '충실히' 담당하고 있다.

장을 펼치면 온통 정치 일색이고, 어느 한 구석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기사가 없다.

이 세상은 마치 정치 하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듯하다. 

더 이상 뉴스라기보다는 공해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매일처럼 반복되는 비방 기사를 내가 다 알 필요가 없었고, 관심을 갖고 싶지도 않았다.

그들이 전하는 기사의 진실 여부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도 없었다.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신문을 위해 나의 아까운 돈을 마냥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 돈으로 차라리 책 한 권을 사 보는 것이 보다 생산적일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종이 신문을 구입할 때가 있다.

주말이면 실리는 문화 기사를 읽기 위해서다.

내가 신문을 통해 그나마 마음의 위안을 삼는 것은 오로지 그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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