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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반영도 좋지만 본문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임에도 실생활에서 많이 쓰인다는 이유로 우리말
사전에 버젓이 등장하는 단어들이 더러 있다. 어떤 단어를 사전에 등재한다는 것은
공식적인 표준어로 인정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승부욕勝負慾'이라고 하는 단어이다.
이 단어는 시합이나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욕심이 강하다는 의미로 '승부욕이 강하다'의 형태로 흔히 쓰이고 있다.
승부勝負의 勝은 '이긴다'의 의미이고, 負는 '진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승부욕이 강하다'는 말은 '이기거나 지고자 하는 욕심이 강하다'의 뜻으로 한마디로 비문非文이다.
어느 누가 '지고자 하는 욕심'이 강한 사람이 있을까?
정확히 말하면 승부욕이 아닌 '승리욕勝利慾이 강하다'고 해야 맞다.
그럼에도 우리말 사전에서는 '승부를 내거나 이기려고 하는 욕구나 욕심'이라 풀이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우연찮다'라는 단어이다.
본래 이런 표현은 없었고, 이 말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우연하다'라는 단어만 존재했다.
우리말 사전에서 '우연하다'는 '뜻하지 않게 저절로 생겨 묘하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연찮다'라는 새로운 표현이 등장하면서 '우연하다'란 말과 동일시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연찮다'를 보다 정확히 풀이하면 '우연하지 않다'로 '의도적' 또는 '계획적'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이 말 역시 우리말 사전에서는 '꼭 우연한 것은 아니나 뜻하지도 아니하다'라는 뜻으로 애매모호하게 풀이하고 있다.
이 두 단어는 앞서 언급했던 '난이도가 높다'와 마찬가지로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임에도
실생활에서 많이 쓰인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말 사전에 등재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현실을 반영하는 것도 좋지만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을 굳이 사전에까지 등재하며 인정할 필요가 있을까?
이러다 보면 아기(baby)의 비표준어인 '애기'란 단어도 현실에서 표준어보다 더 널리 쓰이고 있는데
같은 이유로 우리말 사전에 표준어로 등장할 날이 머지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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