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또 다른 길 본문

글쓰기

또 다른 길

자유인。 2023. 6. 16. 21:13

 

 

코로나 기간 동안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무엇보다 기획이 좋았지만, 어디 나다니기도 어려운 시절에 딱히 할 일이 없어진 이들에게

그 프로그램은 때를 잘 만난 물고기마냥 더없는 안성맞춤 볼 거리였다.

 

수많은 신인 스타들이 탄생했고, 그들 때문에 기성 가수들은 설 자리를 잃기도 했다.

최근에 막을 내린 또 다른 남자 트롯 경연대회도 첫 번째에 뒤지지 않는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거기에서도 새로운 인물들이 탄생했고, 열기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흔히 '세상은 1등만을 기억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으로 맞기도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최근에 목격하고 있다.

 

출전자 중에 나를 비롯한 많은 시청자들이 주목한 인물이 있었다.

20여 년의 방송 리포터와 아나운서 경력을 지닌 그는 지천명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단조롭기만 한 방송 영역의 폭을 넓히고 싶은데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고,

때마침 경연 프로그램 개최 공고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그것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이자 돌파구가 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출전을 강행했고, 이내 뭇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심사위원들로부터 '독보적인 음색', '우승 후보'라는 극찬까지 이어졌다.

 

순탄한 과정이 이어지나 싶었지만,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그는 중요한 시점에서 기본적인 박자를 놓치는 바람에 중도 탈락하고 말았다.

 

대회에 출전하면서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게 되었고,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진 그의 꿈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줄 알았다.

놀랍게도 세상은 결과와 관계없이 그의 '상품성'에 주목했고,

요즘 그는 어느 입상자들보다도 더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경연 프로그램에서

수많은 우승자와 입상자가 탄생했지만, 그들 중 지금까지 우리가 기억하는 이름은 많지 않다.

탈락의 고배는 마셨지만 우승자보다 오히려 더 부상浮上한 경우도 있다.

 

결국 길은 정해져 있지 않음을 그들의 행로를 통해 배우게 된다.

지금 당장 결과물을 얻지 못 했다고 좌절할 필요도,

지금 당장 선두에 섰다고 자만할 필요도 없음을 말이다.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들도 우리처럼  (2) 2023.06.19
버티는 자 이기는 자  (4) 2023.06.18
경조사 유감  (1) 2023.06.16
사찰에 부는 바람  (3) 2023.06.13
비난과 비판  (1) 2023.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