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내 삶이 누군가에겐 본문
우리 인간은 일을 하는 동안에는 세상의 평가로부터 자유롭기가 어렵다.
직장인은 승진을 위한 인사고과에, 장사나 사업을 하는 이들은 고객의 평가에,
정치를 하는 이들은 유권자의 평가에 목을 매고 살아가야 한다.
그것을 무시하는 순간 대열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중 많은 이들이 자유로운 삶을 꿈꾸며 살아간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면서 본인의 자유 의지에 따른 인생을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그런 바람은 꿈으로만 그칠 뿐, 여전히 손에서 일을
놓지 못 한 채 평생을 적지 않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간다.
한 친구가 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개인적인 사정으로 상급 학교에 진학하지 못 하고 취업의 길을 선택했다.
일을 하는 동안 못다 한 배움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뒤늦게 대학 과정을 마쳤다.
직장에서는 차별화된 능력을 인정받아 아무나 경험하기 어려운 최고 경영자의 자리까지 올랐다.
다들 퇴직할 나이임에도 여전히 그는 정년 걱정 없이 현역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방에 살고 있는 그와는 자주 만나지는 못 하지만
가끔씩 서로의 목소리를 통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두 사람이 어쩌다 통화를 하게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며칠 전 그는 수도권에서 열린 관련 업계 대표자 회의에
참석했다 내려가는 길에 모처럼 친구의 목소리라도 듣고 싶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그가 말했다. 지금껏 오직 일만이 인생의 전부인 줄 여기며 살아왔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그것이 아님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노라고.
휴일도 잊은 채 오로지 회사만이 전부인 양, 가정도 나 몰라라 하며
살아온 덕분에 남들이 말하는 사회적인 성취는 이루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내 가족과 참인생의 의미를 잊고 살았노라고.
그런 변화의 배경에는 친구인 자네가 있었노라고.
자네의 삶을 지켜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노라고.
통화를 할 때마다 과분한 찬사를 보내준 데는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같은 대상을 놓고도 세상의 평가는 엇갈리게 마련이다.
어떤 이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또 어떤 이는 그와는 반대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자연인으로서의 장점 중 하나는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이다.
오랜 생업의 굴레에서 벗어난 요즘의 나 역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며, 오랫동안 꿈꾸던 '자유인'으로서의 삶을 구가하고 있다.
누구의 평가를 받기 위함이 아닌, 단지 내가 꿈꾸던 삶을 하나씩 실천에 옮기고 있을 뿐이다.
그런 모습이 누군가에겐 닮고 싶은 대상으로 비칠 수 있다니 그저 민망할 따름이다.
하지만 평범한 나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아준 친구의 마음이 고마울 수밖에.
우리의 남은 시간이 얼마일지 아무도 모르지만
친구의 반가운 변화에 더 많은 진전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식이라는 잣대 (3) | 2023.07.02 |
---|---|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2) | 2023.06.30 |
보이지 않는 주고받음의 문화 (3) | 2023.06.23 |
우리는 언제쯤 (3) | 2023.06.22 |
사람을 상대한다는 것 (2) | 2023.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