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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흑인들은 스포츠에 강할까? 본문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23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에서 육상은 대중적인 인기와는 거리가 먼 종목이지만 해외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이번 헝가리 대회만 해도 경기 때마다 관중석이 가득찰 정도로 열기가 넘쳐났다.
한때 건강을 위해 마라톤에 심취한 적도 있어 육상 중계가 있을 때면 남다른 관심으로 지켜보는 편이다.
우리나라 육상은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기에는 수준에 있어 너무나도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 와중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 준 종목은 마라톤이 유일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 선수가 우승한 데 이어,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이봉주 선수가 2위, 2001년 보스톤 마라톤에서 이봉주 선수가 우승,
2007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이봉주 선수가 우승하면서 한때나마 한국 마라톤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들이 현역에서 물러난 이후 더 이상 경쟁력을 갖춘 선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 중에 높이뛰기의 우상혁 선수가 있다.
비록 이번 헝가리 대회에서는 입상에 실패했지만,
앞선 여러 국제 대회에서 두서의 성적을 거두면서 기대감을 점차 높여 가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인연이 없었던 종목임에도 드물게 부상하고 있는 경우이다.
육상 종목은 아시아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감히 넘볼 수 없는 벽이다.
내가 기억하는 한 아시아인으로서 세계 대회에서 입상한 경우는 중국의 류샹이 유일하다.
그는 아시아인 최초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110미터 허들)에서 우승했으며,
2007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마저 제패하며 세계적인 스타로 군림한 바 있다.
앞으로 우리 스포츠에서 김연아나 박태환 같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선수가 다시 나오기 어렵듯이,
아시아 역시 류샹 같은 스타가 다시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매번 육상 경기를 지켜보면서 갖게 되는 의문이 한 가지 있다.
육상 종목은 예나 지금이나 온통 흑인 선수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쩌다 백인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대부분 트랙 종목 이외인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도 단거리는 미국과 자메이카, 중장거리는 케냐와 에티오피아가 지배하는 난공불락의 영역이다.
근대 육상의 역사가 꽤나 오래되었음에도 그들의 아성을 어느 국가에서도 쉬이 넘지 못하고 있다.
영국이나 프랑스, 캐나다 등 다른 나라 선수들의 진용 역시 흑인이 대부분이다.
미국의 경우 육상뿐만 아니라 3대 인기 종목인 야구를 비롯한 농구, 미식축구 등에서도 흑인 선수들의 숫자가 절대적이다.
단순히 일원으로 참여하는 정도가 아닌 스타 플레이어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골프나 테니스, 체조, 수영 등의 종목을 보면 백인들의 숫자가 훨씬 더 많다.
어찌 보면 종목마다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겉으로는 없어진 듯하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의 벽이
존재하다 보니 그들이 진출할 수 있는 가장 용이한 분야가 스포츠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주의의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에서도 흑인 대통령이나 흑인 부통령,
흑인 장관이 등장한 것이 그리 오래지 않은 걸 보면 전혀 일리가 없는 얘기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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