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그들과 맞서 싸운다는 건 본문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알뜰시장이 들어선다.
올 때마다 관리사무소에 얼마씩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초창기만 해도 참여 점포 수가 꽤 많았고 제법 활기도 느껴졌다.
시간이 가면서 점포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줄었고,
최근 들어서는 그마저 가게에 손님이 있는 걸 거의 보지 못했다.
바라보는 내가 답답할 정도였다. 저렇게 해서 관리사무소에
납부하는 입장료나 건질까 의구심이 들 만큼.
그럼에도 그들은 매주 거르지 않고 찾아온다.
주인들은 하나같이 나이 든 분들이다.
방법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달리 대안이 없는 걸까.
볼 때마다 나대로의 궁금증이 뒤따른다.
현대인들의 소비 행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제때 따라잡지 못하면 어느새 뒤처지고 만다.
주말이면 한 번씩 사 보는 종이 신문에 '별마당(Starf***d)' 개장 기사가 실렸다.
사진을 보니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방문객들로 넘쳐났다.
마침 내가 사는 인근이라 불현듯 호기심이 생겼다.
쇼핑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한 번쯤 분위기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전철역과 가까워 접근성이 그만이었다.
개장 당일만큼은 아니지만 평일임에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후가 되자 더 많은 방문객이 계속해서 밀려들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쇼핑몰은 대형화 일색이다.
지금 여기에 아무리 크고 좋은 매장이 있어도, 근처에 더 크고 더 화려한
매장이 들어서면 소비자들의 눈길은 일제히 그쪽을 향한다.
'별마당'은 역사는 짧지만 규모 면에서 다른 모든 곳을 압도하고 있다.
수요는 제한되어 있는데 어느 한 곳에서 소비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 나머지 시장의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판매
방식으로 수익을 기대한다는 게 가당키나 할까.
이 땅의 수많은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저 무시무시한 골리앗과 맞서 싸운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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