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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맞서 싸운다는 건

자유인。 2024. 1. 31. 04:41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알뜰시장이 들어선다.

올 때마다 관리사무소에 얼마씩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초창기만 해도 참여 점포 수가 꽤 많았고 제법 활기도 느껴졌다.

 

시간이 가면서 점포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줄었고,

최근 들어서는 그마저 가게에 손님이 있는 걸 거의 보지 못했다.

바라보는 내가 답답할 정도였다. 저렇게 해서 관리사무소에

납부하는 입장료나 건질까 의구심이 들 만큼.

 

그럼에도 그들은 매주 거르지 않고 찾아온다.

주인들은 하나같이 나이 든 분들이다.

방법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달리 대안이 없는 걸까.

볼 때마다 나대로의 궁금증이 뒤따른다.

 

현대인들의 소비 행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제때 따라잡지 못하면 어느새 뒤처지고 만다.

 

주말이면 한 번씩 사 보는 종이 신문에 '별마당(Starf***d)' 개장 기사가 실렸다.

사진을 보니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방문객들로 넘쳐났다.

마침 내가 사는 인근이라 불현듯 호기심이 생겼다.

 

쇼핑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한 번쯤 분위기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전철역과 가까워 접근성이 그만이었다.

개장 당일만큼은 아니지만 평일임에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후가 되자 더 많은 방문객이 계속해서 밀려들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쇼핑몰은 대형화 일색이다.

지금 여기에 아무리 크고 좋은 매장이 있어도, 근처에 더 크고 더 화려한 

매장이 들어서면 소비자들의 눈길은 일제히 그쪽을 향한다.

'별마당'은 역사는 짧지만 규모 면에서 다른 모든 곳을 압도하고 있다.

 

수요는 제한되어 있는데 어느 한 곳에서 소비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 나머지 시장의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판매

방식으로 수익을 기대한다는 게 가당키나 할까. 

 

이 땅의 수많은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저 무시무시한 골리앗과 맞서 싸운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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