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이야기 본문
지난 주말부터 조짐이 이상하더니 감기가 찾아왔다.
인간의 신체는 손에 작은 가시 하나만 있어도 금세 신경이 쓰일 만큼 예민하다.
현직 시절 요즘 같은 겨울철이면 감기를 한 번씩 앓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사무실에서 가까운 한 내과 의원을 찾곤 했었다. 원장은 키도 훤칠한 데다
인물까지 준수해서 겉으로만 보면 더없이 매력적인 남자였다.
그와 나는 단순히 의사와 환자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가끔씩 들르다 보니 어렴풋이 얼굴만 아는 정도였다.
그런데 진료 도중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뜬금없이 집안 자랑을 하는 것이었다.
자기 형님이 대통령 주치의인데 어쩌고저쩌고 ...
어이가 없었지만 내색할 수도 없어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하지만 갈 때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굳이 그 얘기가 나올 상황도 아니었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 아픈 증상 말고 달리 무슨 사담이 필요하겠는가.
'도대체 이 사람 뭔가 문제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더니 다른 환자들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었다.
그들 역시 나처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더 이상 그와 만날 기회는 없어졌지만, 갑자기 찾아든
감기에 잊고 있던 그때 일이 생각났다. 지금도 그 원장은 자신의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여전히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집안 자랑을 반복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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