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신문물 따라잡기 본문
나는 신문물에 서툰 편이다.
새로운 기술에 밝은 사람을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라고 한다면,
나는 슬로우 어답터(slow adopter)에 가깝다.
신문명이 등장한 뒤 완전한 검증이 끝나고 나서야 합류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휴대전화가 처음 등장할 당시 너도나도 앞다퉈 동참하던 대열에
나만은 온몸으로 거부했다. 집에 유선 전화기 하나만 있으면 되지, 무슨 전화기가
따로 또 필요할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국 '너 하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불편하다'라는 주위의 원성을 못 이겨 뒤늦게 대세를 따라가기에 이르렀다.
자동차도 운전은 하지만 필수적인 몇 가지 외에는 관심이 없다.
아무리 첨단 기술이 장착되어도 전진, 후진 등 최소한의 기능만 이용할 뿐이다.
머지않아 등장할 거라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관심들이 많지만,
그렇게 주행하다 보면 기계의 오작동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고가
발생할까 걱정이 앞서는 사람이다.
일행과 밥을 먹으러 갔다.
대부분 자동 주문기(kiosk)를 통해 주문을 받는 것이 대세인 요즘인데,
따로 주문을 받는 이도, 키오스크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 테이블 위를 살펴보니 무언가가 하나씩 놓여 있었다.
알고 보니 탭 주문기라고 하는 것이었다(위 사진 왼쪽).
휴대전화기 카메라를 큐알 코드(Quick Response Code)에
갖다 대면 주소가 나타나고, 그것을 클릭하면 주문 시스템으로 연결되는 것이었다.
덕분에 '놀라운 신기술' 하나를 새롭게 탑재할 수 있었다.
수없이 많은 신기술이 개발되었는데 더 나올 것이 있을까 싶지만,
인간이 존재하는 한 진화는 끝이 없어 보인다.
시대 문명은 마냥 거부만 한다고 능사는 아닌 듯하다.
어느 정도는 흐름을 좇아갈 때 동시대인과의 소통도 가능할 테니까 말이다.
이제는 그래도 웬만한 앱은 스스로 설치해서 기능을 직접
활용할 수준까지는 되었으니 예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여전히 서툴긴 마찬가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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