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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편견

자유인。 2024. 4. 20. 13:50

 

 

 

요즘 음식점에는 의무적으로 식재료의 원산지를 표시하게 되어 있다.

그중에는 국내산도 있지만, 외국산도 적지 않다.

외국산을 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원가 절감인 것 같다.

 

주인들의 의견 역시 외국산을 쓰지 않으면 채산을 맞출 수가 없다고 한다.

국산은 비싸고, 외국산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가격뿐만 아니라 대체적인 소비자들의 심리 또한 '국내산은 믿을 수 있고,

외국산은 믿을 수 없다'인 듯하다.

 

왜 외국산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일까?

그들이 내세운 이유는 유통 과정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산은 그 과정을 훤히 꿰뚫고 있다는 뜻일까?

 

두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오이를 비롯한 파, 고랭지 채소 등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지 직접 본 적이 있는가?

한 번이라도 재배 현장을 본 사람이라면 쉽게 사 먹지 못할 것이다

(그 이유를 여기서 글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닭고기나 계란이 어떤 과정을 통해 생산되는지를 본 적이 있는가?

개인적으로 사육 현장을 직접 보기도 했고, 관련 서적을 통해 몰랐던 실상을

알게 된 후 한동안 그 모습이 연상되어 차마 먹지를 못할 정도였다.

 

이것들은 모두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다'라는 국내산이다.

 

엄밀히 말해 오늘날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식재료 중 믿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알면서도 먹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모든 식재료를 자가생산하는

수밖에.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개인적으로 육류를 썩 즐기지는 않지만, 어쩌다 고기를 먹을

일이 있으면 외국산을 사 먹는다. 가격 면에서도 저렴할뿐더러, 좁디좁은

우리에서 꼼짝 못하고 평생을 갇혀 지내야 하는 국내산보다는, 차라리

드넓은 초원에서 맘껏 풀을 뜯으며 성장했을(실제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외국산이 훨씬 나을 거라는 나대로의 생각 때문이다.

 

솔직히 '국산이라 더 싱싱'하고, '국산이라 더 맛있다'라는

논리를 나는 선뜻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보다 둔감해서인지는 모르지만

나로선 그 차이를 전혀 구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국산은

믿을 수 있고, 외국산은 믿을 수 없다'라는 논리 역시 위험한 편견이 아닐까?

그 주장대로라면 한국산 육류나 농산물을 수입하는 무역 상대국의

소비자들 역시 같은 생각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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