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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나만의 시간이었던 그때

자유인。 2020. 12. 7. 16:23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은 농촌이다.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연료와 난방을 대신하던 "깡촌'이었다.

 

한때 북적대던 고향집은 부모님 떠나신 뒤

빈집으로 남은 지 어언 10년이 다 되어 간다.

 

휴식 겸해 자주 내려가리라 생각했던

나의 다짐은 이루지 못할 바람으로 그치고 말았다.

맞아주는 이 없는 고향집은 더 이상 고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향이 고향일 수 있음은 나를 반겨주는 누군가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일임을 당신들 떠나신 후에야 알았다.

 

내 마음속 오랜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고향집에서의 추억 중 하나는

뒤꼍 가마솥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일이었다.

 

우리집 재산 목록 1호이던 순둥이(소)의

영양 공급을 위해 날마다 숙제처럼 해야 했던 일이지만

 

돌아보면 그때만큼 마음이 자유롭고 평화로웠던 적이 없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의 간섭도 없는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자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건장하던 청년도 세월 앞에 장사 없듯,

돌보는 이 없는 고향집 역시 위태롭기는 마찬가지.

 

언제까지 남을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처럼 저 집이 저 자리를 지켜만 준다면,

그리고 내 건강이 허락해 준다면,

 

한 번이라도 더

부지깽이장단에 맞춰 신나게 노래하던

그때를 추억하며

평화로이 장작불을 지피는 호사를 누리고 싶다.

 

시나브로 스러져 가는

저 고향집 아궁이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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