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었던 그때 본문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은 농촌이다.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연료와 난방을 대신하던 "깡촌'이었다.
한때 북적대던 고향집은 부모님 떠나신 뒤
빈집으로 남은 지 어언 10년이 다 되어 간다.
휴식 겸해 자주 내려가리라 생각했던
나의 다짐은 이루지 못할 바람으로 그치고 말았다.
맞아주는 이 없는 고향집은 더 이상 고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향이 고향일 수 있음은 나를 반겨주는 누군가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일임을 당신들 떠나신 후에야 알았다.
내 마음속 오랜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고향집에서의 추억 중 하나는
뒤꼍 가마솥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일이었다.
우리집 재산 목록 1호이던 순둥이(소)의
영양 공급을 위해 날마다 숙제처럼 해야 했던 일이지만
돌아보면 그때만큼 마음이 자유롭고 평화로웠던 적이 없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의 간섭도 없는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자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건장하던 청년도 세월 앞에 장사 없듯,
돌보는 이 없는 고향집 역시 위태롭기는 마찬가지.
언제까지 남을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처럼 저 집이 저 자리를 지켜만 준다면,
그리고 내 건강이 허락해 준다면,
한 번이라도 더
부지깽이장단에 맞춰 신나게 노래하던
그때를 추억하며
평화로이 장작불을 지피는 호사를 누리고 싶다.
시나브로 스러져 가는
저 고향집 아궁이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