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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장애

자유인。 2022. 12. 28. 05:19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식점에 가면 가장 많이 시키는 메뉴가 뭘까?

답은 '아무거나'이다.

어디 떠도는 말이 아닌, 내가 글을 쓰기 위해 방금 지어낸 말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럿이 식당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하나.

종업원이 주문을 받기 위해 옆에 서 있다.

다들 벽에 걸린 메뉴판만 멀뚱멀뚱 쳐다볼 뿐 아무도 선뜻 결정을 못한다.

기다리다 지친 종업원은 '결정 되면 부르라'며 자리를 뜬다.

다시 돌아온 종업원은 '결정했느냐'고 물어보지만 하릴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다 .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뭘 먹겠느냐고 물어보면 '아무거나' 시키라고 한다.

'성격 급한' 누군가 메뉴를 정하면 그제서야 기다렸다는 듯이 '같은 걸로 통일하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 같은 현상을 '결정장애' 또는 '햄릿 증후군'이라고 한다.

'무언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성격'을 이르는 말로써,

근래에 생긴 신조어 중 하나이다(의학용어 아님).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예로부터 우리네 식생활 문화는 개인의 취향이나 선택이 배제된 형태였다.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오면 그저 알아서 먹기만 하면 되었기에,

어려서부터 본인의 취향을 선택하는 훈련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우리네 요식업소는 오랫동안 손님 위주가 아닌,

주방의 편의만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경향이 짙다는 점이다.

여러 사람이 각기 다른 메뉴를 주문하려고 하면 주인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하나로 통일해 줄 것을 은근히 유도한다. 그러면 대개 '좋은 게 좋다'며

주인의 요구에 순응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이해가 걸린 일에는 적극적이면서도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에는 모호한 입장을 취할 때가 많다.

겉으로는 '알아서 하라'고 하면서도,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결정이 내려지면 반발하는 모순을 보이기도 한다.

태도가 분명하지 않으면, 서로 간 불필요한 오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공부만 잘하면 다른 것은 못해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온 아이들이 뒤늦게 공부보다 중요한 것이 '세상 살아가는 법'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이를 좀 더 일찍부터 가르쳐 주지 않은 부모나 어른들을 원망하는 사례가 없지 않다.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분명한 생각과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

- 이는 비단 식당에서의 메뉴 결정 차원을 넘어,

보다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필수 요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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