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궁금하지 않으면 본문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정치 이야기부터 꺼내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 나는 당장이라도 자리를 뜨고 싶어진다.
결론도 없을 뿐더러 우리네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저 사람은 나에게 관심이 없구나' 라는 생각마저 든다.
몇 달 만에 만났으면 적어도 '그 동안 별일 없었느냐'고,
'식구들은 다 잘 있느냐'고 물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만나면 대화의 소재가 마땅치 않을 때가 있다.
나의 젊은 시절이 그랬다.
말주변도 없는 데다 세상에 대한 관심조차 없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몇 차례 사고의 변화를 겪고 난 뒤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호기심이 점차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사람과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졌고,
궁금증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그에 따른 질문도 늘어났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하지만 아무도 묻지 않는데 본인이 먼저 나서기는 망설여진다.
그럴 때 누군가 물어주면 굳었던 표정이 금세 밝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만히 살펴보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할 때보다 본인의 얘기가 중심이 되면
사람들은 단번에 눈빛이 달라지고 지루하던 자리는 어느새 활기가 넘치는 것을.
질문은 곧 상대방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관심이 없으면 궁금하지 않고, 궁금하지 않으면 질문이 있을 수 없고,
질문이 없으면 어색한 침묵만이 흐르게 되고,
그런 자리를 사람들은 더 이상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대화 없이도 불편을 느끼지 않는 사이는 연인과 가족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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