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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재능'

자유인。 2023. 1. 9. 07:15

 

새로이 시작된 트롯 경연 프로그램을 가끔씩 보고 있다.

한국인의 정서가 가장 많이 깃들어 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대접은 받지 못하던 장르가,

불과 2~3년 사이 국민적인 화제의 중심으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거기에는 색다른 발상을 한 기획자의 공이 가장 크기는 하지만,

그 이면에는 온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코로나 또한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세간의 평도 결코 무시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

노래도 노래지만, 내가 눈여겨보는 부분 중 하나는 참가자들의 다양한 직업이다.

프로 가수는 물론이고, 아나운서 출신을 비롯하여 직업군인,

운동선수, 소방대원, 요리사, 자영업자 등 다채롭기 이를 데 없다.

그 중에는 이번 경연 참가를 위해 직장까지 박차고 나온 경우도 있었다.

다들 오랫동안 풀지 못한 무대를 향한 저마다의 꿈도 있었겠지만,

앞선 경연 프로그램에서 성공 신화를 이룬 선배들의 사례를 보며 답답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자신의 현실을 이번 기회를 통해 탈피해 보고 싶다는 욕심도 크지 않았을까.

그 중에는 비록 입상할 실력은 아닐지라도, 방송국 관계자의 눈에 띄어

예능계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자 하는 이도 없지 않을 것이다.

경연에 나선 참가자는 대중들에게 이름만 알려지지 않았을 뿐,

오랜 세월 가수의 길을 걸어온 프로들이 대부분이다. 일반인 참가자 나름대로는

다들 동네에서 '한가락' 한다는 자부심의 소유자들일지 모르지만,

제대로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내가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그 점이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이 그랬다. '애매한 재능은 사람을 망칠 수 있다'고.

경연 참가자들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입상과는 거리가 멀겠다'고 느껴지는 인물은 여전히 존재한다.

안정된 직장까지 버리고 나올 만큼의 재능은 더더욱 아닌 것 같다는.

더 이상 돌아갈 자리가 없는 그들은 과연 그 이후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한때 무대에 서 보고 싶다는 의욕만 앞선 나머지,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방송국

경연 예심의 문을 '함부로' 두드렸던 나의 젊은 시절이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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