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난이도가 높다? 본문
우리말에 관심이 많다 보니 누군가에게서 잘못된 표현을 들으면 늘 신경이 쓰인다.
그렇지만 내색은 할 수 없어 그냥 혼자서 속으로만 생각할 뿐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올바른 우리말의 전도사’라 일컬어지는
아나운서들조차 방송에서 틀린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줄곧 쓰는 말이라 쉬운 듯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나는 글을 쓰거나, 책이나 방송에서 처음 보는 단어, 확신을 못하는 단어를 만나면
반드시 국어사전을 찾아본다.
한두 번 찾아본다고 해서 다 기억은 못하지만, 그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다 보면 시나브로 개선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아무튼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이 우리말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잘못 쓰고 있는 말 중에 ‘난이도’란 단어가 있다.
난이도難易度는 난도難度와 이도易度가 결합되어,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를 뜻하는 말이다.
흔히들 ‘이번 시험은 난이도가 높았다’고 말한다.
이 문장을 다시 풀면 ‘이번 시험은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가 높았다’라는 뜻이 된다.
도대체 어려웠다는 말인가? 쉬웠다는 말인가?
이 문장은 ‘이번 시험은 난도難度가 높았다’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다.
'고난도高難度의 묘기'라고 하지, '고난이도高難易度의 묘기'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굳이 난이도란 표현을 쓴다면 ‘이번 시험은 영역별로 난이도가 달랐다’고 해야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