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칼국수 한 그릇 본문
나는 어릴 때 국수를 자주 먹었다.
요즘 도시에서 만나는 육수를 우린 형태가 아닌, 맹물에 말아 먹는 국수였다.
먹을 것이 귀하던 농촌 환경에서 고기 맛을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맛은 양념장을 가미하여 조절하곤 했었다.
지금도 고향에 가면 밍밍한 그 시절의 국수를 맛볼 수는 있지만,
오랜 기간 도시의 입맛에 길들여진 탓인지 이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전통시장에 가면 오랫동안 사랑받는 국숫집이 있다.
이름하여 '홍O깨 칼국수'라는 가게이다.
여기는 아내를 통해 처음 알게 된 곳이다.
이웃들과 시장에 갈 때마다 여기를 곧잘 들르곤 했던 모양이다.
갈 때마다 손님들로 넘쳐났지만, 맛을 떠나 내부가 너무
좁은 데다 허름한 옛날식 분위기가 나의 취향에는 영 마뜩지가 않았다.
최근 같은 시장 내에 한결 넓어지고 현대화된 시설의 2호점이 문을 열었다.
좁은 시장에 이만한 공간을 어떻게 확보했을까 싶을 만큼
시원하게 뚫린 실내 분위기가 1호점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주문 방식 역시 카운터에서 계산과 동시에 주방과
자동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이어서 손님 입장에서 한결 편리해졌다.
1호점에서 느꼈던 심리적 불편함도 저절로 사라졌다.
3,500원이었던 가격이 지금은 5,000원까지 올랐지만,
대부분 한끼에 10,000원을 넘나드는 시대에 이만한 가성비를 만나기가
어려울 만큼 질과 양 면에서 모두 훌륭하다.
이제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그 집 칼국수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일부러 운동 삼아 시장까지 걸어갈 정도로 단골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