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어제는 몰랐어도 오늘은 본문
기차를 타고 지방으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휴가철이어서인지, 아니면 주말을 맞아서인지 역에는 여행객들로 넘쳐났다.
기점역起點驛을 출발한 기차는 한 시간을 달려 어느 역에 정차했다.
내릴 사람들이 내리고 또 다른 승객들이 차에 올랐다.
오가는 이들이 바삐 움직이는 가운데 갑자기 누군가 내 어깨를 치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새로 기차에 오른 승객의 가방이었다.
내 바로 건너편 좌석을 예약한 남자였다.
아무리 가방을 메고 있어도 무언가 걸리거나 부딪치는 느낌이 있었을 텐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내 또래이거나 조금 더 위의 부부인 듯했다.
남자는 통로 쪽, 여자는 창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다시 기차는 출발했고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났을까.
어디선가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워낙 조용한 객실인지라 듣지 않으려 해도 집중도는 오히려 더 높아질 수밖에.
돌아보니 내 바로 옆자리 창가에 앉은 부인인 듯한 여자였다.
이내 그치려니 했지만 30분이 넘도록 통화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 사이 열차 스피커에서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전화벨 소리는 진동으로 해 주시고, 다른 승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통화는 가급적 객실 바깥에서 해 주기 바란다'는.
안내 방송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여자의 통화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내 어깨를 친 남자는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었다.
객실 내에서 장시간 사적인 통화를 이어가는 여자 역시 자신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승객이 불편을 참고 있는지 모르는 듯했다.
에티켓에 관한 한 부부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이런 모습은 젊은 세대보다는 나이든 세대에서 더 많이 눈에 띈다.
남의 발을 밟아도, 어깨를 부딪쳐도 좀처럼 미안하단 말을 할 줄 모르고,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통화를 함에 있어 조심성이란 없어 보인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에게 '요즘 아이들 버릇없다'며 일갈할 자격이 있을까.
나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덕목은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아닐까.
타인의 불편은 애써 외면하면서 자신의 불편에만 목소리를 드높이는
이들을 보면 측은한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사람이 산다는 게 무엇일까.
어제보다는 오늘이 나아야 하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아져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비단 물질적인 것에만 해당이 될까.
'나는 이렇게 태어났으니, 배운 게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만
한평생을 일관하게 되면 다른 동물과 무엇이 다를까.
어제는 몰랐어도 오늘은 달라져야 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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