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나의 이야기 본문
보기와는 달리 나는 남들 앞에 나서는 걸 즐기는 편이다.
객석에 앉아 구경만 하기보다는 무대에 서는 걸 더 선호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적은 것보다는 많을수록 신이 난다.
그런 성격 덕분에 직장이나 동문회 행사 때면 앞에 서서 진행을 맡는 경우가 많았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평소 말수도 적고 조용한 줄만 알다가,
어느 순간 이전에 보지 못한 색다른 면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기도 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다.
지금과 달리 그때는 내성적인 면이 더 강했지만, 가슴 속에 잠자는 흥 하나만은 주체할 수가 없었다.
시골집에서 쇠죽을 끓이면서도 부지깽이로 박자를 맞춰 가며 노래를 불렀고,
소풍을 가서는 반 대표로, 음악 시간이면 선생님께 지명을 받아 아이들 앞에 종종 나서기도 했다.
추석이면 동네 형들이 용돈 마련을 위해 마련한 노래자랑 무대에도 곧잘 올랐다.
텔레비전에서 노래하는 가수들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나중에 크면 나도 그들처럼 가수가 되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모 방송 '주부가요열창'이란 프로그램에서
연말이면 한 번씩 남편들만을 대상으로 개최하곤 했던 '남편가요열창'의 문도
겁 없이 두드린 적이 있었다(방송국 구경만 하고 빛의 속도로 탈락하긴 했지만).
뒤늦은 중년의 나이에 '평생의 한'이었던 기타를 배울 당시에는
직원들 회식 자리에서 어설픈 기타와 하모니카를 연주하며 김광석 흉내를 내기도 했었다.
몇 년 전 친구들과 부부 동반으로 강원도로 여행을 갔던 날 밤,
속초해수욕장 백사장에 앉아 같은 흉내를 내고 있자니 멀리 제주도에서
왔다는 주부들과 또 다른 젊은이들이 난데없이 내 주위로 몰려들어
나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진 일도 있었다.
적잖이 당황스러웠지만 마치 내가 연예인이라도 된 듯 기분은 더없이 좋았다.
그와 같은 나의 지난 행동들은 '그때 왜 그랬을까' 후회하기보다는,
결과를 떠나 모두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었고,
그 순간 하나하나가 나를 그만큼 더 성장시키는 자양분으로 작용했음을
세월이 흐른 뒤 알 수 있었다.
그때 만약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내 주제에 ..'란 생각에
내내 망설임으로만 일관했다면 그로 인해 내게 남은 추억은 무엇이 있었을까.
경험만 한 스승은 없음을, 부딪치는 만큼 배우는 것이 인생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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