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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들을 경계하는 이유

자유인。 2024. 1. 26. 04:28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표정과 태도가 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대개 강한 자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더없이 강한 특징을 지닌다.

자신보다 지위가 높거나 권력을 가진 이들 앞에서는 간이라도 다 빼줄 듯하다가도,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이들 앞에서는 다시 없는 악인이거나 폭군이 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아예 믿지 않는다. 언제 표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근무했던 직장에는 청소를 담당하는 아주머니가 한 분 계셨다.

업무 특성상 그녀는 매일 이른 새벽에 나와 맡은 일을 수행해야만 했다.

다른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사무실 청소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 워낙 진실되고 성실한 분이어서

개인적으로 무언가 응원을 해드리고 싶었다. 그렇다고 너무 부담을

드려서도 안 되고, 다른 직원들이 알아도 불편할 것 같았다.

아무래도 먹거리가 좋을 듯했다. 이른 아침 출근해 육체노동을

하고 나면 출출할 것 같다는 생각에 어떤 날은 빵을, 어떤 날은 과일을, 또 어떤 날은 

떡을, 또 다른 날은 음료수를 쇼핑백에 담아 그녀가 머무는 휴게실에 몰래 넣어드렸다.

그때쯤이면 한창 청소에 몰두할 시간이어서 안에는 주인이 없을 때였다.

그런 날은 다른 직원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평소보다 일찍 나와야 했다.

처음에는 누군지 모를 것 같아 간단한 메모를 남겼지만, 이후에는 그냥 내용물만 넣어드렸다.

같은 일이 반복되다 보니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금세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잦으면 또 그렇기에 적정한 간격을 두고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행하곤 했었다.

내가 퇴직할 무렵까지 계속했으니 꽤 오래도록 이어진 셈이다.

그때 나는 임원이었고, 조직 특성상 내가 먼저 다가서지 않으면 일 년을 가야

서로 얼굴 한 번 볼 기회가 없었다. 그게 이유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내가 회사를 떠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절이나 연말이

되면 잊지 않고 안부를 물어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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