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내가 그들을 경계하는 이유 본문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표정과 태도가 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대개 강한 자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더없이 강한 특징을 지닌다.
자신보다 지위가 높거나 권력을 가진 이들 앞에서는 간이라도 다 빼줄 듯하다가도,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이들 앞에서는 다시 없는 악인이거나 폭군이 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아예 믿지 않는다. 언제 표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근무했던 직장에는 청소를 담당하는 아주머니가 한 분 계셨다.
업무 특성상 그녀는 매일 이른 새벽에 나와 맡은 일을 수행해야만 했다.
다른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사무실 청소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 워낙 진실되고 성실한 분이어서
개인적으로 무언가 응원을 해드리고 싶었다. 그렇다고 너무 부담을
드려서도 안 되고, 다른 직원들이 알아도 불편할 것 같았다.
아무래도 먹거리가 좋을 듯했다. 이른 아침 출근해 육체노동을
하고 나면 출출할 것 같다는 생각에 어떤 날은 빵을, 어떤 날은 과일을, 또 어떤 날은
떡을, 또 다른 날은 음료수를 쇼핑백에 담아 그녀가 머무는 휴게실에 몰래 넣어드렸다.
그때쯤이면 한창 청소에 몰두할 시간이어서 안에는 주인이 없을 때였다.
그런 날은 다른 직원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평소보다 일찍 나와야 했다.
처음에는 누군지 모를 것 같아 간단한 메모를 남겼지만, 이후에는 그냥 내용물만 넣어드렸다.
같은 일이 반복되다 보니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금세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잦으면 또 그렇기에 적정한 간격을 두고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행하곤 했었다.
내가 퇴직할 무렵까지 계속했으니 꽤 오래도록 이어진 셈이다.
그때 나는 임원이었고, 조직 특성상 내가 먼저 다가서지 않으면 일 년을 가야
서로 얼굴 한 번 볼 기회가 없었다. 그게 이유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내가 회사를 떠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절이나 연말이
되면 잊지 않고 안부를 물어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