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여행은 사람 본문

글쓰기

여행은 사람

자유인。 2024. 1. 23. 19:54

 

나의 성장기에 여행은 그저 '팔자 좋은 사람들'이나 누릴 수 있는 특권 중의 특권이었다.

아니, 여행이란 말은 책에서나 접하는 '그림 속의 떡'일뿐이었다.

식구들 입에 풀칠하는 것조차 버거웠던 서민들로서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사치였던 것이다.

그렇게 한평생을 살다 떠나는 것이 대다수의 삶이었다.

'문화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피어나는 꽃'이라고 했던가.

세상은 바뀌었고 대한민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이 되었다.

이제 여행은 특권층만의 전유물이 아닌, '아무나' 즐길 수 있는 일상이 되었다.

여행의 목적이나 그것을 통해 얻게 되는 감흥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풍경을 통해, 어떤 이는 음식을 통해, 또 어떤 이는 책에서만 보았던

유적이나 예술품을 통해 먼 길을 떠나온 보람을 느낀다.

나의 경우 풍경도 좋았고, 음식도 좋았고, 유적이나 예술품도

다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가장 진하고 오랜 여운을 남기는 건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인들과의 추억이었다. 그것들은 몇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마치 어제 일처럼 또렷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여행의 느낌은 마음 먹기에 따라 현지에서만이 아닌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경험할 수가 있다. 내가 근무하는 일터에는 더러 외국인과

만날 기회가 있어 개인적으로 그들과의 대화를 즐기는 편이다.

아프리카에서 온 청년을 만났다. 리비아 출신이었다.

여태껏 살면서 리비아 국적의 외국인을 만난 건 처음이었다.

우리에게 리비아는 국내 건설사의 대수로 공사, 장기간의 독재로 불행한

최후를 맞은 카다피 대통령 정도만이 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웬만한 영화배우 못지않은 미남형의 대학생이었다.

똑똑한 친구들은 눈빛만 봐도, 몇 마디 대화만 주고받더라도 금세 알 수 있다.

그 청년은 그런 부류의 젊은이였다.

일찍부터 한국에 진출해 모국을 상대로 중고차 수출사업을

하고 있는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국내에서 같은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아프리카인들이 꽤 된다).

리비아에도 대학은 있지만 졸업해도 막상 갈 곳이

없어 자신의 아버지처럼 개인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기 온 지 6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우리네 음식이 통 입에 맞질 않아

흔치 않은 아프리카 음식점만을 고집하고 있노라고 했다.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이역만리 광부로,

간호사로 떠났듯이, 그들 역시 그때의 우리처럼 꿈을 좇아 이 땅을 찾아오고 있다.

부디 그 청년에게 대한민국이 '약속의 땅'이 될 수 있기를.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그들을 경계하는 이유  (4) 2024.01.26
몸서리쳐지는 추위  (5) 2024.01.25
한결같은 바람  (3) 2024.01.23
광고의 속성이라고는 하지만  (4) 2024.01.22
오랜만에 찾은 공연장  (4) 2024.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