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본문
너도나도 장사가 안 된다고 한다.
일찍이 이 정도로까지 경기가 안 좋은 적은 없었다고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내가 세상에 눈을 뜬 이래 장사하는
이들치고 '경기가 좋아 미치겠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여태 장사를 해본 적이 없는 내가, 그들의 지갑을 확인해
본 적은 더더욱 없는 내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는
알 길이 없다. 그냥 그런 줄 알고 있을 뿐이다.
내가 가끔씩 가는 동네 떡집이 있다.
일반 떡집이 아니고 기지떡만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먹거리에 관한 한 조예가 깊지 않은 터라 관련 사전을 찾아보았다.
기지떡이란 '쌀가루 등의 반죽 물에 감주를 넣고
삭혀서 만든 떡'이라고 나와 있다.
코로나 시기를 전후해서 문을 열었는데, 갈 때마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남들이 말하는 '불황'이 맞나
싶을 만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당일 가서는 살 수도 없다.
하루 전 예약을 한 후 다음날 떡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찾으러 가야 한다.
점심때쯤 가면 이미 '오늘 예정된 물량이 다 팔렸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을 정도이다.
넓지도 않은 공간에 일하는 직원들이 여럿인데도
주문된 물량을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다. 가격도 착하면서,
맛 또한 훌륭하다. 어디 선물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그들은 '경기가 안 좋다'라는 동종업계 사람들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불황에도 누군가는 성공의 꽃을
활짝 피우는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다시없는 호황임에도
씨앗조차 변변히 틔우지 못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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