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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이야기

자유인。 2015. 10. 23. 13:37


자동차 부품 사업을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인연을 맺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늘 마음속에 두고 있는 친구이지요.

제가 이 친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속이 참 깊다는 것,

상대방에 대한 존중심과 배려심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지요.

눈도 부리부리하고 입도 좀 걸어 처음 보는 사람은 다소 무서워할 수도 있지만,

조금만 사귀어 보면 그의 진면목을 알게 됩니다.

 

몇 년 전이었습니다.

퇴근 무렵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딸내미 밥 좀 한 번 사 주라고.

밥이야 언제든지 사 줄 수 있지만 이유를 알아야지.

그랬더니 묻지 말고 좌우지간 밥이나 한 번 사 주랍니다.

알고 보니 국내 명문 대학에 다니는 친구 딸이 인생의 멘토가 될 만한 사람을 찾아

졸업 후의 진로에 관해 도움이 될 만한 얘기를 듣고 결과물을 제출하라는 과제를 받았는데,

그 대상으로 대뜸 저를 추천한 모양입니다.

어느 날 저의 사무실을 찾아온 친구 딸과 점심을 먹으며

오랜 시간 저의 경험담과 생각들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친구 딸은

만인이 선망하는 국내 최고의 대기업에 취업을 했습니다.

어느 날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사무실 근처에 왔는데 잠깐만 뵙고 가겠노라고.

저의 사무실을 찾은 그녀가 조심스레 뭔가를 건넵니다.

이번에 취업을 했는데 아저씨 선물을 하나 준비했노라고. 세상에나 ~

자식이 취업해서 부모에게 선물을 하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아버지 친구에게까지 선물을 했다는 얘긴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 친구는 자식을 통해 그렇게 두고두고 잊지 못할 감동을 전해줬습니다.

 

얼마 전 그 친구가 며느리를 보았습니다.

동문회 행사 일정과 겹쳐 결혼식에 참석은 못하고 부득이 인사만 전해야 했습니다.

며칠이 지나 퇴근을 하니 한 통의 우편물이 와 있었습니다.

결혼식에 와 준 하객들에게 보내는 감사 편지였습니다.

한 눈에 보아도 보낸 이의 마음과 정성이 느껴졌습니다.

편리함을 이유로 디지털 문자로 모든 걸 대신하는 시대이건만,

그 친구는 그만의 방식으로 그렇게 또 저를 감동시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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