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인터넷 맛집 유감 본문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은 언제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은 지친 몸과 마음에 새로운 에너지원을 공급받는 것 같아 무엇보다 즐겁다.
평소 접하지 못한 현지 풍경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만,
그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있는 먹거리에 대한 기대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주말을 맞아 가족 나들이를 다녀왔다.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마침 인근에 막국수를 잘하는 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평소 막국수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오래 전부터 이름이 알려진 곳이기도 해서 적지 않은 기대감이 작용했다고도 할 수 있다.
유명세를 타는 곳이라 그런지 점심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손님들은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입구를 비롯한 식당 내부 벽면에는 유명한 인물들이 다녀간 흔적들을 큼지막이 걸어둔 채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실체를 떠나 이런 것들에 막연한 믿음을 갖고 찾아오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리라.
이윽고 기다리던 막국수와 수육이 나왔다.
어떤 맛일까, 잔뜩 기대에 찬 마음으로 한 젓가락, 두 젓가락 먹기 시작했다.
참기름 향내가 나며 외관은 그런 대로 신경을 쓴 듯했다.
그런데 다 먹고 난 뒤 지나치게 맵고 자극적인 맛이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그 동안 막국수를 수없이 많이 먹어봤지만 이토록 자극적인 뒷맛은 처음이었다.
물 대신 테이블마다 나오는 육수 또한 화학조미료의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온 뒤 아이들은 결국 배탈이 나고 말았다.
이런 경험들이 몇 차례 있고 난 뒤 인터넷으로 떠도는 맛집에 대한 기대를 가능하면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맛이란 것이 본래 주관적인 평가가 거의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어,
남이 아무리 맛있다 한들, 내 입에 맞지 않으면 후한 평가를 내리긴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의 객관성은 보장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막국수에 대한 경험 역시 인터넷을 타고 도는 ‘맛집’에 대한 허상을 또 한 번 여실히 목격한 셈이다.
언젠가 강원도 모처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난 뒤라 찜찜한 기분은 생각보다 오래 갈 듯하다.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당할 만한 인간관계의 범위' (0) | 2015.11.09 |
---|---|
친구 이야기 (0) | 2015.10.23 |
병원에서 (0) | 2015.03.31 |
취미 생활과 정신 건강 (0) | 2015.02.27 |
adios 2014 (0) | 2014.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