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아버지와 아들 본문
볼일이 있어 어디를 다녀오는 길에 색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인 듯한 노인이 앞장을 서고, 아들인 듯한 젊은이가
뒤에서 노인의 양 어깨를 두 손으로 짚은 채 공원 둘레길을 걷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들이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뒤에서 부축하며 운동을 시키고 있는 줄로만 생각했다.
며칠 후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두 사람을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좀 더 유심히 그들의 행동을 살펴볼 수 있었다.
가만히 보니 뒤에 있는 아들이 아버지의 운동을 돕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앞장선 아버지가 뒤에 있는 아들의 운동을 돕고 있는 것이었다.
젊은 아들이 앞을 보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아마도 후천적으로 장애를 만난 듯했다.
오늘 만난 지인 역시 평소 독서를 즐기는 분인데,
갑작스레 맞닥뜨린 안과 질환으로 인해 인생의 낙을 잃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미처 예상치 못했던 건강 문제가 어느 날 나의 현실이 된다면 심정이 어떠할까?
결과를 쉽게 예상할 수 있다면 시간의 문제일 뿐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상황은 자못 심각해진다.
어떤 이는 그것을 끝내 극복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눈물로 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나 역시 건강 문제로 인한 두 번의 고비가 있었다.
한 번은 초등학교 때, 또 한 번은 대학교 시절에 겪은 일이었다.
각각 1년이 넘도록 후유증에 시달릴 만큼 상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옆에 가족이 있었지만 내가 겪는 고통을 그들인들 다 헤아릴 수는 없었다.
이 세상에 건강을 우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왜 우리는 돈도, 명예도 건강이 있고 난 뒤의 일임을 발등에 불이 떨어진 후에야 깨닫게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