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꼭 소유만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본문
다소 이색적인 삶을 살고 있는 어느 커플의 이야기를 읽었다.
프랑스로 요리 유학을 떠난 한국 여자가 현지에서 구급대원인 프랑스 남자와
만나 집 대신 밴을 집 삼아 몰고 다니며 산다는 내용이다.
수입은 빠듯한데 집세와 물가가 살인적인 나라에서 살려고 보니
도저히 답은 나오지 않고, 언제까지 이렇게 쫓기며 사는 인생이 과연 행복할까,
라는 의문에서 비롯되었다. 꼭 집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생각을 조금 바꿔보면 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책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있다.
바로 캠핑카에 관한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도 레저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캠핑 관련 장비도 갈수록 고급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나만의 이동 숙소를 마련하려는 이들이 많아진 것도 그중 하나다.
인터넷에 보면 일반적인 캠핑카 가격이 대략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사이에서 형성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도
언제부터인가 캠핑카 한 대가 주차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런데 볼 때마다
통 움직임이 없이 그 자리에서 잠을 자고 있다. 가뜩이나 좁은 주차 공간에
큰 차가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도 불편하고, 시각적으로도 부담스럽다.
아마도 소유자는 캠핑카를 처음 살 때만 해도 희망에 잔뜩 부풀었을 것이다.
적어도 일주일, 혹은 한 달에 한 번씩은 자신만의 공간에 사랑하는 가족을
태우고 경치 좋은 곳으로 열심히 놀러 다닐 거라고. 얼마간은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은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을 테고,
로망이었던 캠핑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자주 쓰지도 않는 물건인데 꼭 소유를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소유물들은 일 년 가야 분기에 한 번도 제대로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불필요한 목돈이 들어가야 하고, 적지 않은 유지비를 필요로 한다.
나라면 소유보다는 필요할 때 실비를 주고 대여하자는 쪽이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캠핑카의 하루 대여료는 대략 30만 원에서 35만 원 정도
되는 것 같다. 많이 잡아 분기에 한 번씩, 1박 2일 기준으로 일 년에 네 번.
갈 때마다 70만 원씩(2 x 350,000), 일 년이면 280만 원. 10년 해봐야 2,800만 원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10년은커녕 그전에 벌써 지치고 시들해진다.
살면서 굳이 소유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자, 우리 아파트 주차장에서 볼 때마다 같은
자리에서 잠만 자고 있는 캠핑카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살던 고향은(1) - 고향집 풍경 (3) | 2024.09.30 |
---|---|
그의 오늘이 유난히 돋보이는 이유 (4) | 2024.09.27 |
지구를 지키는 간단한 방법 (2) | 2024.09.24 |
피할 수 없는 세월의 강 (5) | 2024.09.23 |
그 시절에도 사람은 살았다 (9) | 2024.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