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한 번쯤 주인공이 되어본다는 것 본문
아마추어임에도 전문인처럼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아마추어가 프로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 전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님에도 왜 자꾸 창피하다고만
여기는 걸까. 프로는 프로끼리 노는 물이 있을 테고, 아마추어는 아마추어끼리 노는 물이 따로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런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는 한 일반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내가 추구하는 인생이란 지극히 단순하다. 어떻게 하면 오늘 하루를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한다는 것.
남들에게 내세울 만큼 잘하는 건 없지만, 무언가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거나 도전하는 걸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 스스로 모종의 결과물을 낳은 것들은 일단 시도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들처럼 스스로를 의심만 하고, 부끄러워만 하고, 망설이기만
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설령 시도나 도전을 통해 기대했던 결과물이 없을지라도
그 과정에서 얻는 것들은 생각보다 많다.
오랫동안 글쓰기 블로그를 운영하는 나를 보고 처제가 부럽다고 했다. '퇴직 후'엔 자신도 블로그를
해보고 싶다고. 그녀는 평소 글을 좋아하고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직접 글을 쓰지는
않는다. 내가 그랬다. 남의 글을 열심히 읽는 것도 좋지만, 자신만의 생각과 관점을 직접 본인의
손을 통해 글로 옮겨보는 건 또 다른 경험이 될 거라고. 막연히 '퇴직 후'나 '이다음'만을 얘기하기보다는,
생각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실천에 옮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기타는 나의 오랜 꿈이었다. 방송에서 기타와 하모니카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가수들을 보면
가슴이 쿵쾅거렸다. 내가 직접 주인공이 되어 저 무대에 한 번쯤 서 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오랫동안 망설임만 이어지다가 쉰 중반이 되어서야 뒤늦은 도전을 시작했다. 늦은 만큼 쉽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노력한 결과 대충 흉내 정도는 낼 수 있게 되었다. 친구들의 모임이 있던 날,
마침 무대에 기타가 놓여 있었다. 그동안 내가 연주하는 걸 한두 번 본 친구들이 등을 떠밀었다.
경험 안 해 본 이들은 모를 것이다. 제대로 음향시설을 갖춘 무대에서 자신의 손으로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그 기분을. 프로와는 감히 비교조차 안 되지만, 수준을 떠나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그 뿌듯함을. 무엇이든 처음에는 서툴지만, 경험이 쌓이다 보면 그에 비례하여
본인도 모르게 조금씩 발전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누가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닌데 언제까지 남의 눈치만을 살피며 전전긍긍하다 보면
남는 건 결국 후회뿐. 마냥 주변인으로만 머물다 떠나기보다는 한 번이라도 스스로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살아볼 수 있다면 존재의 의미는 한결 더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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