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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자유인。 2025. 6. 8. 05:00

 

 

가까운 후배의 집에서 모처럼 장시간 대화의 시간을 즐겼다. 병원을 운영하는 그는 경제적으로 꽤 여유롭기도 하지만, 사람을 좋아해 시대 문화가 많이 달라진 요즘에도 정원이 있는 자신의 집으로 지인들을 종종 부르곤 한다. 돌아가신 부친이 그러했다고 하니, 그런 성향도 자연스레 대물림이 되는가 싶다.

 

사무실을 겸해 쓰고 있는 지금의 건물을 완공한 초기에는 다른 곳에 있는 살림집을 번갈아 오가며 생활했었지만, 현재의 공간이 여러모로 편리해 살림집은 어쩌다 들르게 된다고 했다. 그 결과 주인의 발길이 뜸해진 집안 가구들에 어느 때부터인가 곰팡이가 슬기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사람이 살면 주기적으로 환기를 함으로써 쉽게 예방이 될 수 있는 것임에도, 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않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인 것이다.

 

비슷한 현상은 시골에 있는 주택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식구들이 북적거릴 때만 해도 더없이 반짝거리던 집이, 자식들이 각처로 흩어지고, 관리 주체인 부모님마저 작고하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폐가로 전락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고 않고의 차이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이는 비단 주택이나 건물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인간 역시 아무런 움직임 없이 일주일 정도만 침대에 누워 있어도 건강하던 육신은 놀라울 정도로 쇠약해진다. 늘 타고 다니던 자전거를 한 달 가량만 방치해도 이내 먼지가 앉고 녹이 슬어 폐차 수준에 가까워진다. 자동차 역시 일정 기간 운행을 하지 않으면 배터리가 방전되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첨단 문명이 속속 등장하는 시대이지만, 대상이 무엇이든 그것들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기능과 성능을 지속적으로 유지, 관리하는 주체는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얘기다. 눈부신 기술의 발달로 기계가 모든 걸 대신함으로써 인간이 설자리가 갈수록 줄어드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지구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는 결국 인간이요, 사람일 수밖에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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