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문화는 바다를 건너(2) 본문

15~6년 전이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한 달 가량 체류할 기회가 있었다.
추석 언저리였으니까 낙엽이 조금씩 흩날리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저 멀리 어디선가 요란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살펴보니 어떤 사람이 바닥에 대고 분무기를 작동하고 있는 소리였다.
아니, 분무기는 식물이나 나무에 약을 치기 위한 도구인데 왜 땅바닥을 향하고 있을까?
알고 보니 약을 치는 것이 아니라 낙엽을 청소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라고 하면 으레 빗자루로 쓰는 것만이 대세였다.
미국에서는 빗자루 대신 분무기처럼 생긴 기계에 모터 장치를 통해
강력한 바람을 일으킴으로써 그것으로 바닥의 낙엽을 제거하는 송풍기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미국에서 받은 첫 번째 문화 충격이었다.
우리에게는 청소=빗자루라는 등식만이 존재하고 있었으니 고정관념이란 이래서 무서운 것이다.
본래 청소의 목적은 불필요한 잡동사니를 없애는 데 있지 않은가.
그런데 빗자루로 쓸게 되면 바닥의 흙까지 함께 쓸리는 문제를 수반한다.
여태 우리나라에서는 간과하고 있었던 것을, 미국에서는 이미 그 문제를 간파하여
개선된 방식으로 생활에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의 대각선 횡단보도가 그렇듯. 선진국의 문화가
다른 나라로 전파되기까지는 대략 10~20년 정도가 걸린다.
처음에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다가, 외국을 다녀온 사람들이 어떤
나라에 가니 우리와는 다른 이런 문화가 있다더라, 라는 얘기를 전파하게 되면
그것이 정책 입안자들의 귀에 들어가고, 그로부터 얼마 후 내부 검토와 현지 답사를
거쳐 시행이 되기까지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년쯤 지나 우리나라에도 빗자루 대신 송풍 방식의
청소법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후, 요즘에는 낙엽이나 눈을 청소하는
곳이면 어디서든 송풍기를 이용하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