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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히다'는 말 본문
우리가 자주 쓰는 표현 중에 '기가 막히다'란 말이 있다.
사전상의 뜻은 '신체의 원동력인 기氣가 막혀서 잠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를 이르지만,
실제로는 무언가 대단히 좋을 때나, 어처구니가 없을 때 주로 쓰고 있다.
특히 음식 맛을 묘사할 때 이 표현을 많이 쓰고 있다.
누군가와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상대방이 어느 집 음식이 '아주 기가 막히다'고 하기에
잔뜩 기대를 하고 가보면, '기가 막히기'는커녕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경우가 많았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기가 막히다'란 표현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진기하면서도 특별한 맛'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쓰는 걸 보면
그저 '괜찮다' 정도에 불과할 뿐이란 걸 알고부터는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다.
시중에 나오는 웬만한 음식은 거의 다 먹어 봐서 그런지
요즘엔 어떤 음식에 대해 가지는 특별한 기대감 같은 것이 없어졌다.
실제로 먹을 때도 그렇고, 방송이나 인터넷에 소개되는 '맛집'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어릴 때 라면을 처음 먹었을 때의 황홀한 느낌,
초등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어머니가 사주셨던 우동을 처음 먹었을 때의 감동,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 회식에서 난생처음 돼지갈비를 먹었을 때의
전율을 더 이상 느끼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그때 먹었던 것들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달픈
시절이었기에, 평소에는 구경하기조차 어려운 음식들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은 흔해진 만큼 기대감이 없어졌고, 감동도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이웃과 강원도를 다녀오면서 누가 '맛있다'며 소개했다는 음식점에 들렀다.
하지만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의 표정도 심드렁하기 이를 데 없었고, 나온 음식에서도 특별한 차별성을 느낄 수가 없었다.
내 기준으로는 수준 이하에 가까워서, 왜 굳이 이런 데를 추천했을까,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길을 가다 눈에 띄는 아무 음식점이나
하나 골라 가는 것이,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해서 갈 때보다 실패율이 오히려 낮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면서는 고기나 회 같은 거창한 음식보다는 어려서부터 먹던 배추전이나
수제비, 칼국수, 어죽 같은 소박한 음식에 더 마음이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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