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다윗과 골리앗 본문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대형 매장에서 장을 본다.
아이들이 있을 때는 더 자주 가야 했지만, 내외만 살다 보니 지금은 그 정도로 충분하다.
매장은 평일임에도 늘 손님들로 붐빈다. 주차장이 제법 넓은데도 빈자리가 없을 만큼.
내가 사는 동네 집 앞에는 정육점이 서너 곳이나 된다.
지날 때마다 가게 안을 가끔씩 들여다보지만, 손님이 있을 때가 별로 없다.
아내 역시 어쩌다 그곳을 들를 뿐, 대부분은 대형 매장을 이용한다.
간판들이 줄지어 늘어선 동네나 시내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생각하곤 한다.
저 수없이 많은 매장들은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고 있을까.
매달 적지 않은 임대료와 관리비를 감당하고, 직장인의 월급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을까.
요즘 사람들은 웬만한 물건은 대형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입한다.
동네 가게는 거기에 없는 품목을 한두 개 살 때만 들를 뿐이다.
언뜻 계산해 봐도 소형 매장들이 수지를 맞추기는 힘들어 보이는 구조다.
내가 근무했던 사무실은 서울 강남 지역이었음에도
근처 가게들은 수시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채 일 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을 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특별한 기술을 가지지 못한 이들이 장밋빛 희망을 머금은 채
쉽게 가게를 열곤 하지만, 대형 매장이 소비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오늘날의 시장 구조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고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쓰기 위해 벌지만 (4) | 2023.05.22 |
---|---|
같은 한국말인데도 (3) | 2023.05.21 |
일만 하다 죽을 거예요? (2) | 2023.05.18 |
'국수집'에서 (3) | 2023.05.17 |
'기가 막히다'는 말 (2) | 2023.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