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초심을 잃으면 안 되는 이유 본문
언젠가 방송에서 어느 유명 가수가 했던 얘기가 생각난다.
가수가 같은 장소에서 여러 날에 걸쳐 콘서트를 할 때 그가 보여주는 공연은 언제나 처음인 듯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가수 입장에서 같은 프로그램을 여러 번 반복하게 되면 긴장감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저마다 다른 시간, 다른 날에 콘서트를 보러 오는 관객들로서는 그 공연을 처음 보는 것이기에
한결같은 무대를 보여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거라고.
그것이 비단 가수의 공연에만 해당될까?
딸네 집에 갔다가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 어느 중국집을 찾았다.
어린 외손주를 동반해야 했기에 붐비는 시간을 피해 들렀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각기 다른 면 요리.
그런데 한 젓가락을 먹는 순간 면이 정도 이상으로 퍼져 있음이 느껴졌다.
면은 찰기가 생명인데 가장 중요한 핵심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딸도 아내도 같은 반응이었다.
나 혼자였다면 당장 관계자를 불러 얘기를 했겠지만
모처럼 갖는 딸과의 식사 자리인지라 내색 않고 먹긴 먹었으나
뒤끝이 영 개운치가 않았다.
제법 규모도 있었고 방송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듯
입구에는 세상이 다 알 만한 유명인과 주인이 함께 찍은 사진까지 걸려 있었다.
일부러 그걸 보고 찾은 건 아니었고, 딸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주차 시설을 갖춘 데를 찾다 보니 선택하게 된 것뿐이었다.
나는 돈을 내고 먹은 음식이 그 값을 못하면 후유증이 꽤 오래 간다.
세간에 유명하다고 소문난 집이면 더더욱 그렇다.
소비자에게 돈을 받고 재화를 판다는 건 판매자로서 그에 걸맞은 가치를 제공할 의무가 따르는 것인데
그것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면 요리는 중국집의 상징이자 가장 기본이 되는 메뉴이다.
그에 걸맞은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는 건 능력 부족이라기보다는 요리사의 방심에서 원인을 찾게 된다.
관객이 가수의 좋았던 무대보다는 최선을 다하지 않은 무대를 더 오래 기억하듯,
손님 역시 긍정적이었던 여러 번의 기억보다는 안 좋았던 단 한 번의 기억으로 그 집을 떠올린다.
영업을 하는 이들이 초심을 잃으면 안 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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