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식문화도 세월 따라 본문
우리의 음식 문화에 특별한 변화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오랫동안 길들여진 입맛에 익숙하게 되면 낯선 음식에 접근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해외 여행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초창기만 해도 외국행 비행기를
타게 되면 으레 고추장이나 김치, 라면, 소주 등을 필수품처럼 챙겨가곤 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급격히 증가하면서부터였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살고 있는 안산시를 비롯한 서울의 이태원, 대림동
등지에는 여느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생소한 외국 음식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도 음식점의 경우에는 체인점이 생길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기도 하다.
그 중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가 양고기 문화가 아닐까 싶다.
예로부터 우리는 양고기를 먹지 않았다.
무슨 이유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가정에서도, 일반 음식점에도 통 볼 수가 없었다.
이슬람은 돼지고기를 멀리하고(전혀 안 먹는 건 아니고 도축 과정을 알고 있는 경우에는 먹는다고 한다),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에서는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양고기에 관해서 별도로 규제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양고기를 즐기는 국가가 다른 육류에 비해 매우
제한적인 걸 보면 우리처럼 문화적인 배경 때문이 아닐까도 싶다.
근래에 거리를 오가다 보면 양꼬치 전문점이 꽤 많이 눈에 띈다.
개인적으로 원해서 간 적은 없지만 지인들과 모임이 있을 때면 더러 가게 된다.
처음에는 노린내가 난다는 소문이 있어 내키지가 않았는데
막상 먹어 보니 사전 처리를 잘 해서인지 그런 냄새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양꼬치 가게 간판을 보면 대개 'OO羊肉串'이라 적혀 있는데
주인에게 물어보니 현지 발음으로 '양로우촬'이라 읽는다고 알려주었다.
'串'이 꼬치를 뜻하는 중국어인 것이다
(우리가 쓰는 한자에는 이 글자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생소하기만 했던 양꼬치를 찾는 이들이 내 주변에도 하나 둘씩 늘고 있는 듯하다.
나 역시 아직까지 일부러 찾아갈 정도는 아니지만
기회가 된다면 큰 망설임 없이 들어설 수는 있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칭다오 맥주를 곁들여 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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