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나 혼자만 몰랐을까? 본문
공정무역(Fair Trade)이란 말이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용어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알 만한 사람은 안다.
사전적 정의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호 존중에 기반하여 생산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교역을 하는 무역 협력'이다.
경제적 불이익을 받는 제3세계 소외된 지역의 생산자들에게 투명성과 책임성을 부여하는
조건으로 그에 따른 정당한 값을 지불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를 동시에 보호하기 위한 사회 운동의 일환이다.
저개발 국가에서 생산되는 커피나 차, 꿀, 와인, 과일 등이 대상이다.
'우리가 너희들의 생산물에 대한 소비와 그에 대한 합리적인 가격을 보장해 줄 테니,
대신 너희들은 우리가 믿고 먹을 수 있는 양질의 제품을 공급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것이다.
이런 농산물은 거의 노동력의 착취에 가까울 만큼의 저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실질적인 수익은 중간 상인들이 대부분 다 취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요즘 집에서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공정무역 커피를 가끔씩 마시고 있다.
이른바 드립백 커피(Drip Bag Coffee)라는 것이다.
전문점에서 파는 커피는 마시기는 하지만 내 입에는 그다지 맞지 않아 불만이었는데
이 커피는 드물게 내 기호에도 긍정적이면서 맛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커피 문화에 관해서는 대체로 어두운 편이다.
드립 커피가 뭔지도 최근에야 공정무역 커피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을 정도이니.
알다시피 드립백 커피는 봉지의 입구를 자른 뒤 잔에다 걸치고는 거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 내려 마시는 것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한동안 커피가 담긴 봉지를 뜯지도 않은 채 마치 티백(Tea Bag)처럼
통째로 뜨거운 물에 담가 우려 마셨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내가 마시는 방법이 잘못된 것임을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친 뒤에야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
마치 싯다르타가 보리수 밑에서 심오한 인생의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나중에 살펴보니 어떻게 마시라는 설명문이 버젓이 적혀 있음에도 읽어볼 생각조차 안 했으니 ...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이 '엄청난' 사실을 대한민국 오천 만 인구 중 나 혼자만 몰랐을까?
설사 그렇더라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서는 행여 나의 무지를 욕하지 마시기를.
남들이 다 아는 '그것조차' 모르는 이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