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퇴직이 준 선물 본문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여러 명이 한 팀이 되어 수행하는 공동 작업이다.
언뜻 보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서로 호흡이 맞지 않으면 알게 모르게 힘이 든다.
구성원 중 다른 이들은 더 할 나위 없이 잘하는데, 한 명이 늘 문제였다.
그는 10할의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7할 정도밖에는 발휘하지 않고 있었다.
못하는 것이 아닌 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일과를 마치고 나면 다른 사람들은 뒷마무리까지 함께했지만, 그만은 언제나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나머지 3할은 고스란히 다른 동료들의 몫이 되었다.
그는 자신으로 인해 다른 이들이 얼마나 많은 부담을 떠안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미안해하는 기색은 더더욱 없었다.
급기야 다른 동료의 입에서 노골적인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저런 얌체 같은 사람과는 더 이상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고.
결국 그는 떠났고, 새로운 사람이 왔다.
후임으로 합류한 직원은 전임자와는 확연히 달랐다.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여 남들에 앞서 자발적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천성적으로 부지런함이 몸에 밴 사람이었다.
일과를 마친 뒤 마무리 작업까지 망설임 없이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덕분에 작업 능률은 높아졌고 팀워크는 전에 없이 단단해졌다.
이렇듯 사람을 가장 단기간에 파악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함께 일을 해보는 것이다.
뭐라고 설명할 것도 없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한눈에 드러난다.
내 것 아깝지 않은 사람 없고, 내 몸 소중하지 않은 사람 어디 있으랴마는,
지나치게 자기 잇속만을 챙기게 되면 어디서든 환영 받지 못 한다.
자신을 조금이라도 희생하고 양보할 수 있을 때 상대방도 마음을 열게 되는 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만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마냥 피할 수도 없는 현실적인 고민이 존재한다.
나 역시 지난 수십 년 간의 직장생활 중 가장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가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였다.
함부로 속내를 드러낼 수가 없었고, 애써 아닌 척해야 할 때가 더 많았다.
다행히 요즘에 와서는 그런 고민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졌고,
그와 동시에 삶의 질도 한결 더 높아졌다. 퇴직이 안겨준 선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