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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만남은 어떨까?

자유인。 2023. 12. 28. 16:54

 
 
딸 내외가 오랜만에 집에 들렀다.
육아휴가 중인 딸은 외손주와 함께 종종 오지만, 직장 일로 바쁜 사위는 볼 기회가 많지 않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이라고 일부러 시간을 낸 것이다.

딸 부부는 먼저 결혼한 친구가 다리를 놓아 인연을 맺게 되었다.
두 부부는 안팎으로 다 가까운 친구 사이라 서로가 잘 통한다.
술을 썩 즐기지 않는 사위와 모처럼 회를 안주 삼아 막걸리 잔을 기울였다.
흔치 않은 장인과 사위의 이런 시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좋다.

사위에게는 10명의 친한 친구 모임이 있다. 앞서 언급한 딸의
친구 남편 역시 그중 한 명이다. 재수학원에서 처음 만나 알게 된
그들은 초기부터 특이한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대개 친목 모임이라 하면 만나서 밥을 같이 먹거나 술을 한잔하면서,
또는 커피를 한잔하면서 담소를 나누는 정도에서 그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와 달리 이들은 연말이나 연초에 조용한 장소를 빌려 각자의 지난 일 년을
돌아보고, 또 다른 한 해의 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부득이한 사유로 참석을 못 할 경우 다른 친구를 통해 서면으로
내용을 제출한다고 했다. 조만간 있을 신년 모임에 해외출장으로 불참하게 된
사위 역시 같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한다. 언뜻 보면 직장의 회의
풍경을 연상케도 하지만 어느 한 사람 이견 없이 지금껏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대체로 어떤 계획이나 결심을 혼자서만 하게 되면 이내 자신과의
타협을 통해 유야무야될 때가 많은데, 다른 사람 앞에서 공표를 할 경우
그에 대한 남다른 의무감이 생기게 된다. 그러기에 사위 친구들 또한 다른
구성원들 앞에서 발표한 내용에 대해 특별한 책임감을 가지고 임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각자가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들을 서로가 기억하며, 나중에 또
그것들이 얼마나 충실히 이행되었는지를 살펴보게 되니까, 그 덕분에
스스로의 성장에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게 되더라고 했다.

친구 사이라고 해도 각자의 생각이 다르다 보면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은데, 어느 한 사람 토를 달지 않고 잘 이행이 된다고 하니
장인과 사위 관계를 떠나 동시대를 살아가는 자연인의 한 사람으로서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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