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그곳에 가면 - 익산 아가페정원 본문
내가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1월 어느 날이었다.
온 나라가 뒤집어질 정도의 엄청난 사고가 발생했다.
크고 작은 사고는 늘 있어왔지만,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규모였다.
전라북도 이리역에서였다.
역내에 정차 중인 화약 수송 열차에서 잠을 자던 기관사가 어둠을
밝히기 위해 켜둔 촛불이 화약 상자에 옮겨붙으면서 연쇄 폭발한 것이다.
사상자가 1,400여 명(사망 59명), 파괴된 건물이 7,600여 동,
이재민이 7,800여 명이나 발생했으니 전쟁 아닌 전쟁이 일어난 거나 다름없었다.
일순간에 도시 하나가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리를 생각하면 그때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후 이리라는 지명은 없어지고, 익산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거듭났다.
살면서 여태 익산이란 곳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올해쯤 기회를 만들어 볼까, 가게 되면 어떤 방법을 택할까 그려보던 중이었다.
때마침 신청한 여행사 일정에 익산이 들어 있었다.
우리가 찾은 곳은 익산시 황등면에 소재한 아가페정원.
1970년에 서정수 신부(작고)가 설립한 노인복지시설이다.
시설 내 어른들의 삶의 질 향상과 건강한 노후를 위해 수목원처럼 만든 정원인데,
2021년 민간 정원으로 등록한 후 정비 사업을 거쳐 시민 쉼터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부지가 꽤 넓다. 입장료도 없다.
이렇게 좋은 곳을 왜 무료로 운영할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중 압권은 단연 메타세쿼이아다.
가이드가 사전 안내를 할 때만 해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안 갔더라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했다.
익산에 갈 일이 있으면 꼭 한 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이런 곳은 직접 눈으로 봐야 한다.
아무리 사진을 잘 찍어본들 인간의 눈을 능가하는 카메라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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