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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여행

그곳에 가면 - '한바탕 전주 세계를 비빈다'

자유인。 2024. 6. 5. 04:13

 

6월 한 달간 지역 관광 활성화의 일환으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및 전국 지자체와 관광업계가 함께 추진하는 '여행 가는 달' 행사가 실시되고 있다. 여기에는 교통, 숙박 등에 대폭적인 할인 혜택이 주어지고 있어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나는 이 중에서 기차 여행을 한두 차례 계획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노선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중 하나가 남도해양열차(S-train)인데, 서울을 출발하여 영등포-수원-천안-서대전-논산-익산-전주-임실-남원-곡성-구례구-순천-여천을 거쳐 여수엑스포역까지 운행하는 기차다. 기존의 무궁화호 열차를 개조하여 새마을호 특실 등급 수준으로 운행하는데, 일반 열차에 비해 정차역이 많지 않아 운행 시간이 대폭 단축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요금도 주중 및 주말 공히 50퍼센트나 할인이 되고 있다. 다만, 하루에 가는 편과 오는 편 각각 한 번밖에 없다.

 

 

 

나는 당일에 다녀올 수 있는 구간으로 전주, 남원 정도를 계획 중이다. 모두 가 본 곳이긴 하지만, 행사가 진행될 때 운전 신경 안 쓰고 바람 쐬는 기분으로 다녀오면 좋을 듯해서다. 다른 지역은 현지 기차역에 내리면 대중교통 이용이 다소 불편하다는 점이 걸림돌이고, 오랜만에 종착역인 여수 앞바다까지 가보고는 싶지만 당일 일정으로 소화하기에는 너무 멀다.

 

 

 

1차 여행지로 잡은 전주한옥마을. 전주는 이미 여러 차례 와 본 곳인데, 이전까지는 자동차로만 왔던 까닭에 제대로 된 속살을 볼 기회가 없었다. 전주역은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라 매우 어수선한 상태였다.

 

 

전주에 올 때면 잊지 않고 들르는 전동성당. 우리나라 최초의 순교지로 알려진 곳이다. 외래 종교인 천주교를 믿으면 나라가 망한다며 수많은 종교인들을 잔인한 방법으로 학살한 역사는 생각만으로 치가 떨린다. 충남 서산시 해미읍성에 가면 그에 관한 자세한 실상이 기술되어 있다. 오늘날 성지 또는 순교지라는 이름이 붙은 곳은 모두 천주교도들에 대한 처형 장소이다.

 

 

오목대 육교를 건너면 만날 수 있는 자만벽화마을. 여느 지역과 다름없이 쇠락해 가는 시골 마을을 벽화로 장식해 분위기를 되살려보고자 하는 취지로 꾸몄다고 한다. 사람이 사는 집도 있지만, 빈집도 눈에 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한옥마을만 왔다 가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서는 인파에 치이지 않고 조용히 풍광을 내려다보며 커피 한잔할 수 있는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전주에 올 때면 빼놓지 않고 먹는 음식 - 전주비빔밥. 전주 외에도 전국적으로 같은 이름의 메뉴를 취급하는 곳은 많지만, 대개 흉내만 내는 정도이다. 전주에서는 몇 차례 각기 다른 곳에서 전주비빔밥을 먹어봤는데, 내가 으뜸으로 치는 곳은 '가O회관이다. 1979년에 개업하여 2대째 이어지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손님으로 제대로 대접받는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모든 면에서 손색이 없다.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알려졌는지, 내가 식사를 하고 있는 바로 뒤에서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관계자들이 한창 취재에 열중하고 있었다.

 

 

 

전주에 가면 꼭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 - 피순대. 나는 평소 일반 순대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껍질이 너무 질기다), 피순대만큼은 예외이다. 몇 년 전 경남 거창에 내려갔던 길에 난생처음 피순대란 걸 먹어봤는데, 그때 느낌이 너무나도 강렬했다. 시중에서는 통 볼 수가 없어 아쉬웠는데, 전주 남문시장에 가면 오래된 전문점을 만날 수 있다. 국물 맛이 여느 순댓국에 비해 색다르고, 식감도 한결 부드럽다. 다른 업소에서는 비싸다고 주인의 눈치를 봐야 하는 부추도 여기서는 원 없이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이번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전주 시내를 돌아보며 새삼스럽게 알게 된 사실 - 도시 규모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크다는 점이었다. 퇴근 시간과 겹쳐서인지 전주역으로 가는 도중 웬만한 대도시 못지않게 늘어선 긴 자동차 행렬로 한 번에 사거리를 통과하지 못하고 몇 차례나 같은 신호를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