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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 부안 내소사(來蘇寺) 본문
공전의 베스트셀러인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보면 작가 시점에서 바라본 '남한의 5대 명찰(名刹)'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에는 개심사(충남 서산), 무위사(전남 강진), 내소사(전북 부안),
운문사(경북 청도), 부석사(경북 영주)를 들고 있는데, 각 사찰의 분위기를 묘사한 글이
명문(名文) 중의 명문으로 꼽힌다. 나는 운문사 하나만 빼고는 다 가 보았다.
여기서는 그중 전라북도 부안에 소재한 내소사(來蘇寺) 이야기다.
내가 내소사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서였다.
작가의 문장력이 워낙 뛰어나 글을 읽으면
꼭 한 번은 가봐야겠다는 충동이 절로 일어날 정도였다.
작가는 책에서 내소사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늦가을 해 질 녘 할머니가 툇마루에 앉아 반가운 손님이 올 리도 없건만
산마루 넘어오는 장꾼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듯한 절'이라고.
나는 지금껏 내소사를 네다섯 번 정도 다녀왔다.
가장 인상이 강렬했던 때는 맨 처음 방문한 어느 해 겨울이었다.
때마침 눈이 소복하게 내린 날이었다.
세상에 태어나 절 풍경을 바라보며 감탄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함께 간 아내도 나와 같은 느낌이었노라고 했다.
거기에는 때맞춰 멋진 배경을 만들어 준 눈이 지대한 역할을 했었는지도 모른다.
이후로도 몇 차례 더 갔지만, 그때만큼의 감흥은 되살아나지 않았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내소사.
처음 방문했을 때만 빼고, 갈 때마다 우거진 나무가 풍경을
가리거나, 공사 가림막이 쳐져 있어 제대로 된 모습을 볼 수 없었는데,
이번에 모처럼 장애물 하나 없는 완전한 전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내소사는 사계절 중 겨울 풍경이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
가는 날 선물처럼 눈을 만날 수 있다면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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