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화성 사람, 금성 사람 본문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는 상대방을 알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같이 사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만나는 사이에서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사람의
속내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면 모르는 타인을 조금이라도
일찍 파악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하나는 돈거래를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평소에 괜찮아 보였던 사람도 돈거래를 하고 나면 몰랐던 본성이 쉬이 드러난다.
중학교 시절 가끔씩 '내일' 주겠다며 내게서 50원을 빌려 간 친구는 한 번도 제날짜에 돌려준 적이 없었다.
내가 달라고 말하지 않으면 며칠이고 몇 달이고 그냥 넘어가기 일쑤였다.
결국 그는 나이가 들어서도 신용 문제로 어려움에 봉착했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른 하나는 함께 일을 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하루 이틀이 아니다 보니 상대방의 면면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나는 현재 근무하는 일터에서 본 업무 외에 관리 책임까지 부수적으로 맡고 있다.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라기보다 오랫동안 말썽 피우지 않고 성실히
임하다 보니 나만 한 적임자가 없다며 회사에서 억지로 떠맡긴 직책이다.
그런 까닭에 많지는 않지만 더러 사람 관리까지 해야 한다.
일터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오고 간다.
삶의 풍경 또한 다양하다. 나로선 오랜 직장 생활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을 그들을 통해 배우게 되는 소중한 인생의 학습장이기도 하다.
그중에서 나의 머리를 가장 아프게 하는 건 2, 30대의 젊은 층이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는 공동작업이라 출근 시간 준수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데,
한 명이라도 늦으면 그 피해가 다른 동료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지각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그들이다.
책임자로서 주의를 주지만, 좀처럼 개선이 되지 않는다.
지각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그때 드는 의문 -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 왜 굳이 이런 선택을 했을까?
하지만 나 혼자의 생각일 뿐 입 밖으로 내지는 않는다.
MZ와 말이 길어지면 안 된다는 걸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출근을 시작한 한 젊은이가 있었다.
첫날부터 지각을 했다. 최소한 10분 전까지는 도착하라고 일렀지만,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같은 행태의 반복이었다. 미안한 기색조차 없다.
도리어 차가 막히는데 어떡하느냐며 볼멘소리다.
의무는 회피하면서 권리는 앞세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이들의 갈 길은 오직 하나.
MZ들은 대개 이런 이유로 얼마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어느 시대에든 세대차는 늘 있게 마련이지만, 오늘날 기성세대와
MZ 간에 존재하는 사고방식의 차이는 화성 사람과 금성 사람만큼이나 멀게만 느껴진다.
성장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보니 누가 억지로 좁히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로 인해 앞에서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이들로서는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갈수록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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