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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 더 고마울까?

자유인。 2024. 7. 18. 05:28

 

 

 

한 유명 트로트 가수의 부음이 전해졌다.

살아생전 그는 '스타는 동네 목욕탕에서도 편하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었다.

'스타는 이름 그대로 하늘의 별이어야 한다'라고 했던 또 다른 가수와

대비되는 생각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의 창법은 특이했다. 마치 옥구슬이 구르고 또 구르는 것처럼

고음을 치고 올라갈 때마다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다. 1989년 오랜 무명의

설움을 떨치고 마침내 가요계의 정상에 서던 날 무대에 주저앉아 한없이

통곡하던 그의 모습이 새삼스럽다.

 

고인을 조문하는 수많은 동료 가수들의 인터뷰가 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그들의 입을 통해 듣게 되는 공통적인 내용이 있었다.

'아프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살아 있을 때 한 번이라도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찾아뵈었어야 하는 건데 ..'라며 말끝을 흐리는 것이었다.

병문안을 가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얘기였다.

 

나는 일반인 입장에서 연예인들의 삶에 관해 기사나 방송을 통해

전해지는 것 이외에는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다만 대중들의 관심을 먹고산다는

차이만 있을 뿐, 그들 역시 일상적인 삶은 여느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짐작을 할 따름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고인이나 유족 입장에서 볼 때 당사자가

살아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몸소 병문안을 와준 이들이 더 고마울까,

아니면 생전에 그런 노력까지는 없었지만, 떠난 후 조문을 와준 이들의

마음이 더 고마울까,라는 것이다. 물론 두 가지를 다 해주었다면

그보다 더한 고마움은 없겠지만.

 

혹은, 생전에 수시로 당사자를 위문하며 남다른 정성을 쏟았지만,

막상 고인이 떠난 후 빈소에 조문은 오지 않는다면 그동안의 고마움은

다 사라지고 서운한 감정만 부각이 될까.

 

일을 통해 만난 사이는 서로의 업무 관계가 종료되면 인간관계

역시 그것으로 끝인 경우가 대부분이란 건 그동안의 사회 경험을 통해

수없이 겪고 또 겪은 바 있다. 그들 역시 지금껏 이런저런 무대를 통해

친분을 쌓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업무적인 차원이었을 뿐, 개인적인

친분 여부는 그것과는 또 다른 영역이지 않았을까.

 

생전에 고인이 부른 노랫말처럼 '내 마음 별과 같이 저 하늘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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