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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안다고? 본문
우리말에는 예로부터 전해오는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다.
굳이 이론적으로, 논리적으로 따진다는 것이 무의미한 경우도 있다.
흔히 남다른 친분을 과시할 때 자주 쓰는 말이 있다.
'그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안다'라고.
그렇다고 '정말로 다 아냐?'라고 되묻는 사람은 없다.
혹시라도 그런 이가 있다면 앞뒤가 꽉 막혔거나, 아니면 한국말에
대한 이해도가 지극히 낮은 외국인이나 그럴까.
실제로 그 집은커녕 자기네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알지 못한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정도라면 몰라도, 살면서 신경 쓸 게 얼마나 많은데
누가 그런 것까지 일일이 세고 있을까. 내 집 숟가락 숫자조차 몇 개인지
모르면서 어떻게 남의 집 숟가락까지 꿰고 있다는 말인가.
거짓말도 그런 거짓말이 없다.
하지만 아무도 그 사람을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 '아 ~ 그 정도로 친하다는 말이구나'라며 이해하고 넘어가기 때문이다.
개인 간의 대화에서는 이런 은유적인 표현들을 잘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비유나 은유법을
적절히 잘 활용하면 대화의 분위기가 한결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걸 가장 잘하는 이들이 바로 개그맨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다.
라디오를 듣다 보면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방송은 대부분 재미가 하나도 없다.
꼭 책을 읽는 것만 같다. 반면에 개그맨이 진행하는 방송은 늘 활기가 넘친다.
다 같이 대본을 바탕으로 하는데도, 아나운서는 오로지 대본에만
충실할 뿐이고, 개그맨은 대본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그것을 대본스럽지 않게
적절히 잘 버무린다. 그러다 보니 장수하는 프로그램 상당수가 개그맨이
진행자인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그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안다'라고 하면 누구는
'정말로 다 아냐?'라며 사실 여부를 애써 확인하려 들지만, 또 다른 누구는
'아 ~ 그런 얘기구나'라며 자연스럽게 넘어간다는 말이다. 그것이
서로 다른 대화의 기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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