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시간을 견딘다는 것 본문
KBS의 <동네 한 바퀴>란 프로그램을 종종 본다.
소박한 우리네 이웃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어 좋다.
서울의 한 시장에서 20여 년간 도넛 가게를 운영하는 어느 부부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시골에서 중학교만을 졸업한 남편은 농사를 짓다 17살에 서울로 올라왔다.
사촌 형이 운영하는 속옷 공장에서 한동안 일을 돕다 현재의 장소에서 도넛 가게를 열었다고 한다.
매일 새벽 3시 반이면 집을 나와 하루 장사를 준비한 후
남편은 종일 서서 도넛을 빚고 부인은 그것들을 기름에 튀긴다.
도넛과 꽈배기는 4개 1,000원씩, 고로케와 옛날찐빵은 2개 1,000원씩에 팔며
오랫동안 가격도 올리지 않고 종전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지금껏 자신들을 먹고살게 해 준 동네 주민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고 한다.
그렇게 장사를 하며 37년 만에 내 집과 지금의 가게를 장만했다.
조금은 지루할 것도 같건만 도넛을 빚는 남편의 표정엔 자신의 일을 즐기는 모습이 역력하다.
인간이 영위하는 모든 직업은 분야를 막론하고 대부분 반복 작업의 연속이다.
직장인의 일도, 자영업자의 일도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건 크게 다르지 않다.
설레는 순간은 처음 시작할 때 잠시뿐이다.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보다는 할 수밖에 없기에 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가장 중요한 경제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누구는 그 시간을 견디고, 또 다른 누구는 쉴 새 없이 다른 곳을 기웃거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쪽은 언제나 전자인 경우가 많다.
모두 한 우물을 판 사람들이다.
누구든 반짝 성공은 할 수 있다.
관건은 그것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잠깐 성공은 했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생소한
분야를 기웃거리다 그동안 이룬 모든 걸 일순간에 날린 사례는 수없이 많다.
다른 이들은 나와는 다른 대단한 삶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대체로 거기서 거기다.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보는 입장에선 저렇게 해서 언제 일어설까 싶겠지만
결국 그런 하루하루의 자잘한 일상이 모이고 모여 우리네 인생이 만들어진다.
묵묵히 그 시간을 견디고 즐기는 자만이 웃을 수 있는 것이다.
도넛 가게 부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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