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나만의 힐링 캠프 본문

글쓰기

나만의 힐링 캠프

자유인。 2024. 7. 5. 04:54

 
 
퇴직 후 나의 바람은 적게 일하고 자유 시간을 더 많이 갖는 것이었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가정과 가족을 위해 맡은 바 책임을 다했으니
앞으로의 시간은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누가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해도(그럴 리도 없지만) 더 이상 남의 눈치를
살피며 남은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직장 문을 나서면 나 같은 이들을 반기는 곳은 생각처럼 많지 않다.
문을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미처 깨닫지 못한 자신의 나이만 점점 더 실감할 뿐이다.
게다가 과거에 남들이 우러러보는 직업을 가졌던 이들로서는 목과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부터 빼야 하기에, 한껏 자세를 낮추지 않으면 현실의 장벽은 높기만 하다.
 
그래도 부지런히 눈길을 돌리다 보니 내가 바라던 형태의 일자리가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런 곳에서 어느덧 17개월째를 맞이하고 있다.
시작할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던 아내도 이제는 당연한 일상인 듯 받아들이고 있다.
나 또한 스스로 좋아서 선택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오래 할 줄은 몰랐다.
 
현직 시절엔 월요병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지금의 일터는
아침마다 소풍 가는 기분이다. 흔히 말하는 직장 스트레스도 없다.
그렇다고 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건 아니다.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이 더 많다.
나와는 궁합이 더없이 잘 맞는다는 얘기다.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들이
들고나는 곳에서 최장기 근무자가 된 것도 그 덕분이다.
 
현직 때의 수입과는 비할 바 아니지만, 매월 아쉽지 않게 우리 내외
쓸 수 있는 용돈벌이는 되니 그게 어디인가. 가족을 건사해야 하는 처지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감사하게도 아이들 모두 제때 각자의 배필을 만나
가정을 꾸려주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남들은 돈을 내고 다닌다지만,
나는 오히려 돈을 받고 다니는 '나만의 힐링 캠프'라는 생각으로 매일매일
즐겁게 오가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말했던가.
'자신이 언제 머리를 깎아야 하는지 이발사에게 묻지 말라'라고.
본인이 깎고 싶을 때 깎으면 되지, 이발사가 그걸 어찌 아느냐고.
 
우리네 인생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무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어느 누구에게 물어볼 것인가.
그저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내 발길이 닿는 대로,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며 사는 것 - 그것이면 되지 않을까.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국가 속에서만 존재하는 나라꽃  (5) 2024.07.07
시간을 견딘다는 것  (6) 2024.07.06
모든 문제는 부모에게 있음에도  (4) 2024.07.04
사람이 산다는 것은  (8) 2024.07.02
합법과 불법 사이  (7) 2024.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