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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행

그곳에 가면 - 경기 남양주 운길산 수종사

자유인。 2025. 8. 5. 05:00

 

나는 물이 있는 풍경을 좋아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물이 받쳐주지 않으면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드는 데다, 세상의 모든 자연 풍경은 물과 함께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기도 하다. 지금껏 개인적으로 국내에서 다녀본 사찰 중 손에 꼽을 만한 전망을 지닌 곳이 두 군데 있는데, 경남 남해의 보리암이 그중 하나요, 전남 여수에 있는 향일암이 또 다른 하나다. 두 곳 모두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륙 소재 사찰 중 손꼽는 곳이 또 하나 있는데, 경기도 남양주 운길산에 소재한 수종사가 그것이다. 오르는 길이 워낙 가파르다 보니 4륜 구동차가 아니면 쉽지 않고, 걸어서 오르자면 4, 50분을 숨이 턱에 차도록 올라야 겨우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그런 고행 끝에 맞이하는 전망은 산을 오르기까지의 모든 수고로움과 힘듦을 단번에 상쇄할 만큼 압권이다.

 

 

사람 한 몸 오르기도 힘든데, 600년 전(건립 시기는 확실하지 않고 대략 1439년, 세종 21년 이전으로 추정) 마땅한 건설 장비도 없던 시절에 이런 깊디깊은 심산유곡에 어떻게 자재를 옮겨 가며 건물을 지을 수 있었는지 생각할수록 신기할 따름이다.

 

 

내가 수종사를 찾은 건 무척 오랜만이었다. 한창 열심히 산을 다닐 때만 해도 팔당역에 내려 예봉산과 운길산을 종주하면서 하산길에 종종 들르곤 했었는데, 그것이 벌써 한참 전의 일이다.

 

 

이날 나는 자동차 대신 경의중앙선 전철을 이용했다. 

 

 

운길산역에 내려 수종사에 이르는 동안 땀이 한여름 소낙비처럼 쏟아졌지만,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수도승(가수 정태춘 '시인의 마을' 가사 중 일부)'의 마음으로 한 발 한 발 묵묵히 올랐다.

 

 

거기에는 머지않아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는 며느리와, 얼마 전 둘째 임신 소식을 알린 딸아이의 순산을 기원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부처님께 108배를 올리는 동안 법당 바닥이 땀으로 흥건해질 정도였지만, 마음만은 더없이 평화로웠다.
 

 

 

수령 오백 년이 넘었다는 은행나무 그늘에서 내려다보면 서울 수도권 주민들의 젖줄인 팔당댐과 양수리(두물머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수종사를 찾는 이들 중 많은 이가 이 풍경을 즐기기 위해 오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땀에 젖은 몸으로 어떻게 사람 많은 전철에 오를까 적잖이 고민이었는데, 마침 하산길에 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울물이 있어 당면한 문제를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런 과정 하나하나가 발품 여행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재미인지도 모른다.

 

한때 어느 스님이 지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이 널리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무릇 여행이란 자동차를 이용하기보다는 내 발로 직접 걸을 때 하나라도 더 보고 느낄 수가 있는 것 같다. 편리함에 기대려는 순간의 유혹을 과감히 떨칠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