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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행

그곳에 가면 - 오이도의 일몰

자유인。 2026. 2. 18. 05:00

취미라고는 아예 담을 쌓고 살다가 우연히 사진이란 걸 접하게 되었다. 불혹의 나이로 막 접어들던 무렵이었다. 구도도, 노출도, 초점도 무엇 하나 아는 게 없었지만, 셔터를 누르는 일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다. 피사체를 좇는 그 순간만은 몰입도가 최고조였고, 그런 시간들이 시나브로 쌓이고 쌓여 어느새 사진은 나와는 떼려야 뗼 수 없는 평생의 친구가 되었다. 

 

다 안다고 여겼던 나 자신의 내면세계를 제대로 들여다보게 된 것도, 내가 어떤 성향을 지닌 인물인지 알게 된 것도, 내가 좋아하는 게 무언지 뒤늦게 눈을 뜨게 된 것도 모두 사진을 통해서였다. 그로부터 내 앞에는 전에 없던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고, 이전에는 감히 생각지도 못한 색다른 경험들을 하나둘씩 축적해 나아갔다. 만약 그때 사진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내 삶은 하루하루 단조로움과 무료함의 연속이었을지도 모른다.

 

시흥 오이도에 다녀왔다. 해질녘 풍경을 담기 위해서였다. 오이도烏耳島라는 이름은 섬의 모양이 까마귀의 귀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섬의 역사는 생각보다 깊다.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았고(서해안 최대의 패총 유적지가 있다 - 국가사적 제441호), 조선시대에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일제강점기 때는 일대에 염전이 개발되었으며, 1980년대 들어 시화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이 아닌, 자동차로도 쉽게 오갈 수 있는 육지가 되었다. 

 

풍경을 좇다 보면 습관처럼 나만의 촬영 포인트를 찾아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다 같은 피사체일지라도 어떤 위치, 어떤 각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질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즉시 카메라에 담을 때도 있지만, 더러는 마음속에 저장해 두었다가 훗날을 기약하기도 한다. 오이도 역시 그동안 여러 차례 오가면서 언제 한번 이곳의 일몰 풍경을 담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이날에야 비로소 실천에 옮길 수 있었다. 하늘과 바다가 도와주었고, 갈매기와 행인들까지 가세해 준 덕분에 그림은 한결 더 풍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