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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꿈 하나 정도는

자유인。 2023. 5. 6. 05:12

 

 

집 근처 동네 빵집에 들렀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임에도 주부들의 입소문을 타고 연일 성업 중이다.

맛에 대한 감별 능력이 없는 나조차 다른 빵집과는 차별성이 느껴지는 걸 보면 아마도 그게 비결인 모양이다.

 

빵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자니 구석에 놓인 악기 가방이 눈에 띄었다.

첼로였다. '사장님, 악기 배우시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했다.

 

예전부터 현악기를 꼭 한 번 배워보고 싶었는데.

여태 망설이기만 하다가 얼마 전부터 용기를 내어 '부인 몰래' 배우는 중이라 했다.

 

악기를 배우는 건 권장할 만한 일인데 왜 몰래 하느냐고 물었더니

'아무래도 돈이 들어가는 일이라 아내가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도 오랫동안 꿈으로만 간직하다가, 쉰 중반 늦은 나이에

비로소 기타를 시작했노라고 했더니 옛 동지를 만난 듯 반색을 한다.

 

이런 사례는 종종 있다.

몇 년 전 산을 다녀오는 길에 고급 오토바이를 즐기는 분을 만났다.

(이런 오토바이는 웬만한 고급 승용차 가격을 호가한다).

외모로 보아 대략 60대 중후반은 넘어 보였다.

 

직업이 개인택시 기사인데 '부인 몰래' 오토바이를 장만해서 즐기는 중이라고 했다.

집에서 알면 난리가 나기에 주차도 부인이 모르는 곳에 한다고 했다.

그의 배우자는 자신의 남편이 그런 취미를 즐기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듯했다.

 

해보고 싶은 건 많은데 가장이라는 무게 때문에, 배우자의

레이저 눈빛이 무서워, 기회가 없어서, 또는 용기가 없어서 한평생 꿈들을

가슴에만 묻고 살아가는 남자들이 많다.

 

인생의 종착역에 다다를 때면 하는 말이 있다지 않은가.

'하고서 실패한 것에 대한 후회보다,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더 크다'고.

 

사람이 태어나서 어찌 밥만 먹고 살 수 있을까?

가정 경제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 건전한 취미라면, 사랑하는 배우자의

꿈 하나 정도는 응원해 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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