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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무용 시대(現金無用時代)

자유인。 2023. 5. 1. 21:39

 

현금 쓸 일이 없어졌다.

비상용으로 지갑에 지폐 몇 장을 넣어서 다니기는 하지만 좀처럼 줄지를 않는다.

신용카드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기 떄문이다.

이런 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불과 몇 년이 되지 않는다.

비단 나 혼자만이 겪고 있는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그렇게 변했다.

한때는 소액 결제에 카드를 내밀면 가게 주인의 표정이 영 마뜩지 않은 때가 있었다.

얼마 되지도 않는 금액에 수수료를 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불편해 손님들은 스스로 알아서 현금 결제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여전히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가게가 없지는 않지만,

최근에는 금액과 관계없이 우리 사회 대부분의 영업장에서 신용카드를 수용하고 있다.

소액이라고 해서 눈치를 주는 경우도 없다. 나 역시 현금으로 결제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대신하고 있다.

내가 현금 결제를 멀리하게 된 것은 순전히 잔돈 처리 문제 때문이었다.

이전에는 계산 후 남는 동전이 있으면 돼지저금통에 넣었다가

어느 정도 금액이 모이면 가까운 은행에 가서 지폐로 바꾸곤 했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런 서비스가 사라졌다. 은행도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어서인지 자신들의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업무는 과감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동전을 모아도 마땅히 바꿀 데가 없었다.

이런 세태는 비단 영업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개인 간 거래에서도 현금을 주고받는 풍경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가 된 지 오래다.

그렇다고 현금이 아주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설날 세뱃돈을 줄 때나, 생일이나 기념일 같은 특별한 날에는 현금이 오히려 더 대우를 받는다.

온라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직접 주고받는 '기분'이란 걸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때를 제외하면 오늘날 현금이 설 자리는 별로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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