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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존재

자유인。 2023. 4. 29. 05:19

 

 
기상청 예보대로 전날 저녁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올해 들어 전국 곳곳에 산불이 잦은 데다 오랜 가뭄으로 수돗물 단수가 실시되는 지역까지 있다는 소식인데
이번 비로 해갈이 될 수 있게 흠뻑 좀 내려줬으면 좋겠다.
도시에서야 비의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지만 농촌 지역에서는 절실하다.
 
딸이 외손녀와 함께 친정에 머무는 중이다.
사위의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당분간 아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로서는 귀여운 손녀의 재롱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다.
 
녀석의 노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미처 몰랐던
아기의 심리를 관찰할 수가 있다. 말도 못하고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감정 상태를 종종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다름 아닌 엄마의 존재에 관한 것이다.
딸이 외부 약속으로 꽤 오랜 시간 동안 집을 비울 일이 생겼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잘 놀기는 하지만, 엄마가 옆에 있을 때와는 표정이 다르다.
어딘가 모르게 처져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혼자서 잘 놀다가도 한동안 조용해서 살펴보면
칭얼대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할머니 등에 업혀 있을 때도 갑자기 조용해서 살펴보면 또 마찬가지다.
밤이 되면 정해진 시간에 잘 잤었는데, 엄마가 없으면 쉬이 잠들지 못하고 서럽게 울기까지 한다.
 
불현듯 엄마의 부재를 알게 된 것이다.
그 순간에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와
가까이서 느껴지는 숨결이 엄마의 그것과는 다름을 비로소 간파한 것이다.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도 저러한데,
아예 엄마의 존재조차 모르고 자라는 아기들이 얼마나 많은가.
 
태어나서 3세까지가 아기의 성격이 형성되는 시기로 더없이 중요하다는데
자신이 낳은 핏줄임에도 함부로 버리는 부모들은 어떤 심리의 소유자들일까.
그러고도 마음이 편할까.
 
뿐만 아니라, 요즘엔 맞벌이 시대인지라
어쩔 수 없이 아기를 조부모나 다른 이의 손에 맡겨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역시 아기의 심리는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창 시절 또래들에게 종종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모두 엄마가 생업 때문에 집을 비워야 하는 아이들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아무도 없는 빈집에 들어가기가 더없이 싫었노라고.
반갑게 맞아주는 엄마가 있는 아이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노라고.
 
엄마란 존재는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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