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낯선 번호의 전화가 걸려오면 본문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라디오에서 인연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금껏 맺고 있던 인간관계들을 더러는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굳이 필요치도 않은데 억지로 발을 걸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었다.
세상을 살면서 소통하는 사람들의 범위는 대개 정해져 있게 마련이다.
업무적으로 상대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모두가 잠재 고객이기에 걸려오는 전화는
가리지 않고 다 받아야 할 테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나의 경우 알지 못하는 번호의 전화가 걸려올 때는 대체로 두 가지 부류이다.
하나는 잘못 걸려온 전화인 경우,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교류도,
소식도 없던 사람이 영업적인 목적으로 어느 날 갑자기 접촉을 시도하는 경우이다.
전자의 경우야 그렇다 치고, 후자의 경우 전화를 받을 때도 그렇고 뒤끝도 개운치가 않다.
평생을 가야 한 번도 연락이 없던 사람이 갑작기 접근을 하게 되면 반갑기보다는 경계심부터 앞서게 된다.
어쩌다 알게 된 인연을 핑계로(대개 학교 동창이나 업무적으로 알게 된 경우가 많음)
보고 싶었다는 듯(실은 그렇지도 않으면서) 접근을 시도하지만, 일단 본인들의 목적이 충족되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판매하는 상품은 나로서는 필요하지도 않은데,
안면 때문에 마지 못해 응하다 보니 왜 그때 좀 더 냉정하지 못했을까, 자책할 때가 많았다.
세월의 더께가 쌓인 요즘에 와서는 낯선 번호의 전화는 가급적 받지를 않는다.
본의 아니게 받게 되는 경우도 아주 없진 않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받을 필요가 없는 전화였다.
다른 것도 그렇지만, 사람 관계는 특히 평소에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가끔씩은 안부도 묻고, 더러는 내 것도 좀 내어주면서 관계를 구축해 두어야
정작 내가 필요할 때 그들 역시 망설이지 않고 흔쾌히 손길을 내밀어줄 수 있는 것이지,
한 번도 연락이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필요가 앞서서야 접근하게 되면 누군들 반가워할까?
젊어서야 새로운 관계의 지평을 지속적으로 넓혀 나가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새로운 인연에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기존에 알고 있던 관계에 보다 내실을 기하는 것이 좀 더 올바른 방향이 아닐까 싶다.
사실은 그조차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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